오늘의 문장은 이러하다.
”모든 순간을 아끼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김진영 배우와의 기억이 새롭다. 작년에 이어 올해 <거창>, <부산> 그리고 <공주> 총 4회 공연이 모두 끝나고 일행을 떠나 혼자서만 야간 운전으로 돌아올 때였는데 갑자기 마음이 훅 뜨거워졌다. 공연 전에 읽었던 메모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아끼고,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일은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함께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고 경험한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추석 전날부터 사흘동안 감기몸살을 앓고 있어 괴로웠던 나는 진영이의 메시지를 읽고서 심장을 다시 가동하였고, 있는 힘을 다해서 공주 고마나루연극축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가 무대에서 처음 만난 게 아주 오래전이다. ‘연극집단 반’의 수작 <집을 떠나며> 초연할 때였으니까 2014, 5년. 아버지와 딸이었는데 무대에서 ‘인간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서로 그리워할 뿐. 나는 가슴에 큰 구멍이 나있었고, 머릿속으로 온통 헝클어진 고통의 기억으로 가득 차서 늘 혼잣말을 하고, 죽음처럼 고독하게 지옥 같은 내면으로만 빠져들던 아버지였고, 딸아이는 가족에게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무참히 외로웠고 외로웠고 또 외로웠다. 나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서 목격한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 때문에 괴로웠고 딸아이는 사랑의 부재와 존재의 허망함 때문에 고통이었다. 그때의 김진영 배우가 이제 성장하고 더 깊어지고 더 넓어져서 다시 만났다. 2022년 6월 연극집단 반 정기공연 <예외와 관습> 첫 연습실에서. 그리고 공연이 다가오는 순간까지 좋은 인상을 주었고 무대에서는 인물과 동료배우로 더 큰 감동이었다.
그런데 나는 사과하고 싶어서 이렇게 기록한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역시,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같은 작품에 참여하며 각자 등장인물을 만나는 작업을 할 때마다 사실 배우와 배우가 서로 어떻게 만나서 함께 시공간을 살아가는가, 그 지점이 아주 중요할 때가 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거의 실패에 가깝다. 미안하다. 무조건 말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저 묵묵히 응원하고 무대에서 자기 역할만 잘해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였다. 미안하다. 지나고 보니까. 미안하다. 잘해주지 못해서.
모든 순간을 아끼고 사랑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다시금 마음 고쳐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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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와관습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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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