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못한 말 한마디

오늘의 어머니 말씀


아버지는 떡을 좋아하셨다. 과일도 좋아하셨고 생선도 무척 좋아하셨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떡, 과일, 생선을 쳐다보면 반드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고, 본격적인 그리움이 있다.


“니 아부지가 온 거 같애. 꼭.”


어머니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 제사를 지내는 습관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번째 추석날 아침상을 차리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사나흘 전부터 어떤 생각으로 앓고 계신가 보다. 음식 접시를 놓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니 아부지, 안 죽은 거 같애, 이제나 오겠지 싶고, 늦게라도 오긴 오겠지 싶고...“


가장 먼저 일어나서 식구들을 깨우고, 환기해야 한다고 창문을 활짝 여시는 분, 제일 먼저 전화해서 어디냐 뭐 하냐 밥은 먹었냐 언제 오냐 왜 안 오냐 밥은 먹었냐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녀라 피곤하면 일찍 들어와서 쉬어라, 평생을 똑같은 말,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일매일이 여전한데, 이제 안부 전화할 사람이, 웬수같은 남자 한 사람이 몇 달째 소식이 없는 것이다.


어머니 지난 새벽에 말씀하셨다. “낼이 추석이니까 머리카락 싹 쓸어야 해.” 그리고 또,


“귀신이 보면 머리카락이 구렁이처럼 보인단다. 고춧가루는 돌로 보이고. 그래서 제사음식에 고춧가루 안 넣는 거야.”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어요? 하니까, “엄마 어릴 때 할아부지한테서 다 배웠지.” 하신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아부지의 말씀이 아직 남아있네 신기하게’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올해는 부쩍 더 많이 더 자주, 어머니 얼굴을 쳐다보고, 이제는 반드시 지팡이 짚고 걸어가시는 뒷모습도 자주 멀리서 오래 지켜보는데, 앞으론 어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려달라고 해야겠다.


“아침상이 너무 좀 그러네 차린 게 너무 없어서 미안해요. 내년엔 맛있는 거 많이 차릴게요.”


그러시더니 잠시 후, 수저를 냉수그릇에 넣으시고 또 뭐를 하시고, 음식을 조금씩 떼어다가 밖에 내놓으라 하시고, 현관문을 활짝 열고 아예 밖으로 조금 더 나가서, 지붕 너머로 멀리, 5미터 높게 올라온 꽃봉오리 지나서 먼 하늘까지 시선을 던지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용히 말씀하신다.


“잘 가요~”


잘 가요. 잘 가요. 화장터에서 그러셨다. 입관식 할 때도 그러셨다. 잘 가요. 잘 가요.


그 순간은 매우 짧았지만, 미지의 먼 거리를 가늠하는 간절함에 이끌려, 지나간 오래된 시간이 이제는 낡고 퇴색이 짙은 옛길처럼 어쩐지 묵직하고 그랬다.


별말씀도 없이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고 나서 어머니 배 하나 깎아드리고, 드시는 약 챙겨드리고, ‘다녀올게요’ 하면서, ‘테레비 좀 보시다가 주무세요.’ 하면서, ‘다녀오겠습니다’ 해야지.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아버지, 잘 가요 잘 가요, 이 말 한마디를 나는 아직 해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해야지.


난생처음 느껴보는 이 느낌으로,

오늘도 기운을 내고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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