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링링링링>을 보다
<링링링링>
김태웅 작 박현욱 연출
제작 극단 토브
거기로 너에게, 네가 마련한 무엇을 감상하려고, 막막한 시간을 뚫고 거기로 너에게, 찾아가는 일은 그 자체가 관심과 애정이다. 시간을 내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모든 순간에 순수한 마음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고 남들 보는데서 이렇게 짧게 기록을 남기는 일 역시 마찬가지인데 종종 다른 작업자들에게 미안해서 오히려 침묵할 때도 많다. 삶의 아이러니 아닌가! 침묵에서 나오려면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고, 오늘 그 침묵과 그 용기를 맞바꾼다. 축축한 이 밤에.
감추는 일과 마음에 새겨두는 일을 동시에 이룩한다
박현욱 동지는 참 엉뚱해서 공연을 보는 내내 내 마음을 많이 달래야만 하였다. 엉뚱한 음악, 엉뚱한 인서트, 엉뚱한 감정, 엉뚱한 그림! 엉뚱한 우리 삶이 그 엉뚱함을 무대에서 완성하려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관심과 애정을 뒤섞어 관대함의 부피를 잔뜩 부풀려야 한다. 그러면 시간은 진공상태가 된다. 묵묵히 너를 쳐다보는 일은 그 골똘한 진동상태에서 다시 시작된다. 편견 없이, 경청하는 순간 평소에 네가 자주 꺼내던 말이 떠오른다. 관대함이 역시 나의 엉뚱함이 될 때까지 나는 침묵하다가 수고한 배우들에게 진지하게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핸드폰 메모장으로 몇 글자를 적어보는 일 역시 관대함으로 쑥쑥 자란 내 마음의 흔적이겠다. 몰두하고 수고한 배우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동지애가 없으면 결코 두 번 쳐다보지 않고 어제의 말을 한번 기억하지도 못하니까.
우리는 혹은 나는, 연극을 볼 때 연극의 어디를 볼까? 연극의 몸, 연극의 정신, 연극의 안쪽과 바깥 어디를 쳐다볼까. 나는 우선 등장인물의 말과 감정을 본다. 나는 물론 원작 희곡을 염두에 두면서 작업자의 마음이 어디에서 부딪혀 상처가 났었지를 가늠한다. 나는 또 희곡의 어디를 볼까? 희곡의 미래는 어디일까? 무대일까? 공연이 끝난 뒤 후우-! 하고 내뱉는 탄식일까? 읽을 때 나는 문장의 굵어진 마디를 읽는다. 오늘의 연극은 몇 개의 뭉툭한 마디를 귀로 보고 눈으로 읽었다. 커튼콜을 지켜보고 배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혼자 소나무길을 걸을 때 마음이 실컷 무너졌다. 그래서 술 마실 사람 누구 없나? 생각했지만, 어머니 얼굴 잠깐 보고 들어와서 쓰러져 잠을 잤다.
링링링링, 원원원원이었고 사람사람사람사람이었다. 환생과 회귀와는 별다른 영원반복이었다. 그리고 사랑의 본질은 탄생과 죽음의 환유법쯤 되는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기억에 남는 말을 다시 확인하려고 희곡을 펼쳐 읽는다.
“집착이야 집착! 말해줘? 넌 내가 다 읽은 책이야.”
내가 다 읽은 책을 나는 주욱 본다. 아직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런데 그 책이 사람일 때 우린 얼마나 편안한가. 동시에 우리는 네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서 이별을 결심하기도 하는가.
오늘의 문장이다.
“너 때문에 하게 된 말, 너 때문에 생긴 습관, 너 때문에 먹는 음식, 너 때문에 가게 된 곳, 너 때문에 부르게 된 노래, 너 때문에 하게 된 거짓말은 어떻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