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형사의 마지막 독백
[오늘의 연극]
음악 흐른다.
당신이 혀를 빼물고
미동도 않을 때
면도날을 기어오르는 달팽이
보드라운 맨살이 베어나가는 섬찟함
홀연한 어떤 쾌감
자식이 제 어미를 죽이고
어미가 제 자식을 죽이는 세상
더 이상 사람의 마음에 빛이 없다
당신의 이상이 만들어놓은 그 폭력을
내가 어떻게 인정합니까?
하지만 이젠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지옥의 입구에서 아버지가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발아래 저 시커먼 강물… 강물…
-어느 형사의 마지막 독백, <신인류>중에서
연극은 환상의 혹뿌리다. 현재라는 숙주에 매달린 채, 지금 우리 앞에 늘 있다. 환상이 도사리고 있다. 연극 속에서 무엇인가 실재하는 이유는- (만약에 그것이 실존의 문제라면, 그 실재를 바라보고 있는, 마치 내가 눈앞의 그림자를 똑바로 목도하듯이, 바로 그것은) -우리를 새롭게 발굴하기 위함이다. 실존이란 모든 발굴의 아버지다. 연극 속의 모습은 그래서 우리와 닮았고 가끔은 우리를 능가한다. 저 너머로 우리를 앞질러 가다가 돌연 우뚝 선다. 그리고 정처 없이 기다린다. 우리가 도착하기를. 우리는 어떤 숙명에게 고작 천천히 가고자 애쓴다.
압권인 장면 하나 곱씹어본다.
그는 아들이다. 자상하던 그가 말없이 아버지가 된다. 의자에 앉아서 그저 모자 하나 벗었을 뿐. 아버지가 된 그는 아버지처럼 목을 뒤틀며 안으로 저 안으로만 말려들어가는 희멀건 분홍빛 긴 혀를, 물살에 상처 입은 지느러미처럼 꾸물럭꾸물럭 거린다. 아버지와 아들의 몸이 갑자기, 매우 연극적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니라, 우리 눈앞에서 천천히 퇴화하는 것이다. 아들의 퇴적층이 된다. 나는 거기에서 일단 자지러졌다. 아버지와 아들은 단 하나의 혈통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찬송가가 울리고 걸레질하는 어머니, 줄여서 엄마가 들어온다. 나는 거기에서부터 완벽하게 눈물이 터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깨물었다. 보통은 그렇게 심장을 쥐어짜듯 압도하는 연극의 한 장면을 경험할 때마다 질투심이 혓바늘처럼 돋는다. 혓바닥만큼 자라난 내 질투심은 곧이어 동공을 열고 부옇게 충혈된다. 그건 놀이를 연상시킨다. 새로 나온 죠스바를 연신 빨아대다가 갑자기 혀를 내밀고 너의 눈동자 닮은 거울을 보았을 때, 짝꿍의 눈시울이 베베 꼬이면서 깜짝 놀랐던 경험 없으면 이상한, 그 어린 시절의 고독하던 내가 떠오른다.
#신인류
#무죽페스티벌
#무대에서 죽으련다 연극제
#최무성
#작가이자 연출이시네 대단함!
#꼭 보시라는 말씀 아니다
#안보시면 꼭 후회하신다는 말씀
#무려 27일까지
#시간 내서 봐야 할 연극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