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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쓰는 연습, 생각 연습


숫자들은 어떻게 고스란히 삶을 인수하는가.


힘들 땐 좋은 점 딱 한 가지만 생각하기. 필요하다면 비교할 수 있는 것 두 개 정도는 따져보고, 관대함을 위하여 세 번까지는 참아보기. 뭔가 패턴을 읽으려면 키워드 다섯 개 정도는 찾아내고, 열 번만 반복하면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15분은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인내심이 늘어나고, 앉았으면 거뜬히 30분 정도는 집중하고, 매일 아침 45분씩은 꼭 읽기-쓰기를 내 심장에 선물하기. 선수가 되려면 무심코 1시간 정도는 버텨야 하고, 어떤 모서리에서든 매일 4시간 정도 꾸준히 몰두하면 자기 마음에 정통할 수 있으니, 100번은 읽어야 마음 근육에 박재되는 풍경들을 추억하며, 나는 무려 천 개의 단어를 끌어당겨서 적어도 5천 개의 문장을 끄적여야겠다고 마음먹기. 시간이 녹아내린 강물에 무턱대고 온몸을 빠뜨리고 팅팅팅 불어나는 숫자들을 곱씹으며 비로소 오늘을 다 셈할 줄 알아야만 그게 가능한 건 아닌가, 하기.


생각의 어금니가 궁금해지면 잠을 못 자는 내 신세, 도심에서 문득 샛길 한 뼘 밟자마자 낯선 숲길로 접질리던 우리들의 눈동자, 소박하게 나누던 말의 근육들이 침묵으로 점철되던 그 순간처럼 내 발자국은 이제 산수를 못해서 서러운 밤.


나는 오늘밤처럼 깜깜한 데로만 골라서 한 발작 한 발작 야금야금 종종걸음 무럭무럭 아무 데로나 걸어가 봐야지. 100일 동안 묵묵히 기도는 해야 하고, 어떤 마음은 여전히 삼일 만에 좌절을 겪겠지만 꼭 3년은 더 노력해서 이제 막 움츠린 당신을 더 크게 이룩해야지. 나는 47분 만에 길상사까지 걸어가며 내일은 늘 막막하기만 하고 돈은 점점 떨어져 가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는 또 죽도록 걷기만 하는 이 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숫자와 함께 감당하는 일, 숫자들이 다 뭉쳐지면 어쩌면 먼 별빛인가. 영롱한 그 별빛이 꼭 당신이었으면 좋겠는 이 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세 시 언저리. 쳇 베이커가 다섯 번째 트랙만을 자꾸 노래하고, 전자레인지에서 700와트 2분 15초를 견뎌낸 버섯야채죽을 꺼낸다.


https://youtu.be/TbLZc0IbXHI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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