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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이 있는 건물 '학교'와 '교도소'

<어디서 살 것인가>

by 하루미래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학교와 교도소다. 둘 다 담을 넘으면 큰일 난다. 학교와 교도소는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공간에서 아이들은 12년간 단체 생활을 한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어디서살것인가.jpg <어디서 살 것인가> 책에서


사진을 보고선 흠칫했다.

정말 많이 비슷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학교의 구조가 감옥가 같다니... 충격이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고등학교는 중, 고등학교 때는 감옥과 다를 게 없었다.

등교하면 나갈 수 없었고, 마치는 종이 울리면 그때 나갈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야간자율학습으로

밤 9시나 되어서야 나왔다. 놀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담 넘어 나갔다가 들어오면

불방망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엉덩이와 허벅지를 희생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네모난 초록판 위에서 삼각함수를 공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샤우팅은 그 순간만큼은 나를 김경호가 되게 해 주었다.


당연히 규율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환경들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학교건물은 거의 동일하다. 네모난 상자와 네모난 운동장. 시대가 변했지만 변화는 없다.

심지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100년이 넘었다. 최근에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들러본 학교는

너무 작아 보였다. 당시에 넓디넓은 운동장은 금방 끝에서 끝까지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초, 중, 고등학교의 모습이 다 똑같다.

건물과 운동장. 교도소도 같은 모습이다. 시간 되면 운동하고 밥 먹는다.

학교도 종 치면 수업하고 운동하고 밥 먹는다. 변화는 없다.

이렇게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환경에서 공부한다.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

-유현준-


흡사 양계장과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계장에서 독수리가 태어나길 원하는 게

학교와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이다. 분명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독수리를 꿈꾸지만

현실은 갇혀있는 닭장이다. 너무 비약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공감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건축물과 독수리가 뭔 상관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삶은 건축물과 연관이 많아 보였다. 건축물이 주는 환경에 따른 생활반경,

층고의 높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기분과 관점, 대문 밖을 나서면서부터 느껴지는 삶의

에너지 등등 우리의 삶은 문명이 발달하고 지금까지 줄곧 터전과 함께 해왔다.


분명 서양과 우리나라의 환경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건축물과 아이들의 교육에 상관관계가 있다면,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모든 부모가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자라나길 원한다.

내가 그렇게 자라지 못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아이들만큼은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나, 획일화된 교육과 환경에서 주입식 교육을 강요당하는 양계장에서

혼자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학교와 교도소의 환경이 비슷하다는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변화를 주지 못하면 가정에서라도 변화를 주도록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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