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돈을 벌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9년 살았다 #3>

by 하루미래

<Bowen> 보웬 지역은 퀸즐랜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한 곳인 <케언즈>와 가까운 편이며 케언즈 보다 약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계절 좋은 날씨를 자랑하며, 겨울에도 아침저녁을 제외하면 추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작물이 '토마토' , '락멜론' , '피망' 등이 유명하다. 내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토마토 농장이 시작도 하기 전이여서 토마토가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김없이 하루를 보내던 중, 이력서를 넣었던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Rugby Farm. 보웬에서도 좋다고 이름난 곳이어서 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늘 그렇듯 설렘이 가득한 첫 출근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첫 농장의 경험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한적한 먼지 가득한 길을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농장은 넓은 주차장이 나를 반겼고 큰 쉐드장이 눈에 들어왔다. 입사동기(?)들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일을 시작했다.


생각했던 일과는 달랐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큰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토마토를 딴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런 우려와는 달리, 쾌적한 환경에서 호주 전역에 퍼져있는 [coles] 마트에 납품되는 상품 패킹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품종은 옥수수와 그 외 여러 작물이었다.


일은 매우 단순했다. 옥수수 절단기계에 옥수수를 놓는 일, 옥수수 패킹하는 일, 박스 패킹, 헬퍼 등등 쉐드장 안에서도 여러 가지 업무를 할 수 있었다. 그중에 매니저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이 되면 좋은 포지션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사례를 보기도 했다.


어쨌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1 주일 일하면 그다음 주에 급여가 지급되었다. 그동안 텅텅 비어버린 곳간이 조금씩 채워지고, 와이프에게 송금하고 남은 돈이 500만 원 정도 되었을 때가 5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었다. 근 6개월을 보웬에서 생활하면서 번 돈이 약 1500만 원이었다. 더 일하면 더 벌 수 있었지만, 호주의 목적이 농장이 아니었기에 목적했던 곳간을 채우고, 덤으로 세컨드비자까지 획득하고 다시 도시로 내려오기로 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다시 호주에서 농장 생활을 하라고 한다면, 즐겁게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일터에서, 마치고 난 후 그들의 파티장소에서 자주 만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꿈같던 시간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지금껏 살아온 인생은 짧게 느껴진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14년 전 그날의 농장은 힘든 하루였지만, 와이프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도 많이 느꼈던 시기였으며, 먼 타국에서 농장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했으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기도 했다. 또한 외국친구들과 많이 사귀면서 언어의 장벽은 분명 크지만, 마음만 먹으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배웠고, 어느 곳이든 열심히 일하면 관리자는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한 시기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던 농장의 시기였다. 그리고 호주가 좋아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래서 호주에서의 삶을 꿈꾸며 와이프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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