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매해, 우리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실시하였다.
다양한 질문이 있는데 방문 동기에 관한 결과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과 여가를 지내기 위해 들른 비중이 41%, 우연히 방문한 경우가 26%, 단체 관람이 18%이다.
나머진 자녀교육이나 학술적인 이유다.
여기서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을 담당하는 학예사는 큰 과제를 떠안는다.
어떻게 하면 특별한 동기 없이 방문한 관람객들이 유물에서 작은 감동을 가져가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새로운 전시계획을 구상하고,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설득력 있는 해설을 검토한다.
우리가 소설을 쓸 때, 멋진 구도의 사진을 찍을 때, 실내장식으로 쓰일 작은 의자를 만들 때 먼저 구상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무의식적일 수도 있고, 간단한 메모일 수도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도 같다. 옛사람들 역시 구상하고 토기를 빗고 무기를 제작했다. 이 때문에 유물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지성이 숨어 있다. 여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경제, 정치, 문화, 종교 등의 사회 환경이 스며들어 있으며, 거대한 자연환경도 있다.
이 글은 선사시대를 중심으로에서 다양한 유물을 다룰 것이다. 그리고 유물들을 시간, 종교와 과학, 측량과 같은 지성의 범주에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