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눈으로 보면, 거리의 이모저모는 색다르게 말을 걸어온다.
사람들은 물론, 상점의 분위기와 스쳐가는 순간들.
독일 도시,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자의 길.
나뭇잎 그늘 아래로 푸르른 이끼 사이로 걷는 길이다.
길 끝에서는 산등성이에서 하이델베르크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푸르른 이끼들과 돌담, 돌바닥에 떨어지는 햇빛을 표현하고 싶었다.
옅고 짙은 초록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추억과 이야기가 떠오를 것만 같다.
이른 봄 산책길에서.
광화문에서 성곡미술관쪽으로 걷다가 마주친 공간이다.
이날 우리는 날씨만 좋아도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맞이하는 이른 봄 느낌처럼,
돌담과 소나무와 하늘로 이어지는 우리의 시선을 담아 보았다.
연둣빛 자전거가 또 경쾌하게 느껴졌다.
하늘색 표현을 하려고 파랑 물감에 물을 많이 섞었다.
수원 행궁동 길 산책.
수원에서 공군 복무 중인 아들과 만나서 봄날 데이트를 했다.
잠깐의 자유를 만끽하는 아들의 기분을 하얀 구름처럼 표현하려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는 제부와 조카.
우리 집에 오는 갈이 신호대기에 걸린 순간을 포착했다.
길 저편에 유유히 지나가는 고양이와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도 담았다.
능소화 핀 담장 앞에서.
예술의 전당에서 남부터미널 전철역 가는 길을 좋아한다.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그 흥분과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걷는 이와 서로 어땠는지 느낌을 이야기하며 걸어내려오는 길이다.
능소화가 피는 그 순간처럼 마음속에 감동이 일어나는 순간들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