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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Mar 13. 2024

오래전에 보지 못한 영화

토머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한니발>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을 꺼낸다. 조디 포스터가 등장하는 오래전 영화가 존재하나 관람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일상적 요구에 몰입감이 깨지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정도로(엄마, 책 좀 읽자!) 재밌다. 급하게 다음 이야기인 <한니발>과 <한니발 라이징>을 대출한다. 두 권을 함께 보유한 도서관이 없어 이 십여 분 떨어져 있는 두 도서관을 빠른 걸음으로 방문한다.

    

기대감을 가지고 펼친 <한니발>은 사건 보다 인물중심이다. 의외는 전 편인 <양들의 침묵>에서 변태살인마를 단독으로 잡는 쾌거를 이룬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의 위치다. 정식 FBI 요원이 되어 승승장구하리라 여겼는데 협잡꾼이자 야심가인 직장상사 렌들러로부터 모함을 당해 조직에서 밀려난다. 지극히 올바른 결정과 행동 후에도 안팎으로 공격을 당하며 개인적으로는 위축된다. 선량함 역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종의 고집일 수 있을까. 동물성이 우세한 직장상사 렌들러를 대면하기 위해 스탈링은 변화되어야 한다.


렌들러 씨, 당신이 나한테 치근댈 때마다 나는 그런 추파를 받을 만한 짓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몹시 괴로웠죠. 하지만 나는 그럴 만한 짓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내 인사 기록에다 부정적인 내용을 적어 넣을 때마다 나는 분노하면서도 고민했죠. 잠시 나 자신을 의심하면서까지 아무래도 높은 사람이 더 잘 알겠지 하고 마음을 달래려 했어요. 하지만 렌들러 씨, 당신은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더군요.

<한니발> p711  


어떤 이유들로(대체로 부정적인 경험들로) 생성되어 있는 개인의 성격이나 얽매인 마음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마음을 바꾸는 은 잘못된 시간을 되돌리고 방향을 전환하며 삶의 흐름을 새롭게 한다. 아침 해의 미소와 같이   

  

신학기가 되며 나도의 유치원 등원거부가 시작됐다. 방학 동안 유치원 몇 밤 자고 가냐며 애타게 기다리다 등원한 지 딱 이틀만이다. 유치원 가자는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베란다로 나가 멍하니 밖을 본다. 사흘 째 아침에는 혼자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침대에 모로 누워 눈물을 쏟아냈다. 낯선 아이들이 많아지고 여섯 살 때와는 다른 분위기에 긴장하고 불편하여 그러리라. 방구석 유치원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기다린다. 용기 내기를 바라며 격려한다.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흐르자 유치원 갈게, 말하며 스스로 걸어 나온다. 가까운 거리를 빙 돌아, 한 바퀴 더 돌아 유치원에 도착한다. 마음의 얽매임에서 자유로워지는 중인지 새로운 얽매임을 만드는 중인지는 알 수 없다.



     

유치원 안 가겠다고 하다가 가겠다고 한 거 대단한 거야. 우리 나도 대단하다.


그게 왜 대단해?


음, 천사가 악마 되기도 어렵고 악마가 천사 되기도 힘들 테니까.


마음을 변화시키는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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