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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Apr 24. 2024

애절한 사랑노래

내 아이는 나를 잊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내 삶의 끝이 끓는 솥 안이라는 것을

 

눈 뜸이 있다면 눈 감음이 있다는 것과

거닐 때가 있다면 주저앉을 때가 있다는 것

내가 콕콕 쪼아대던 생명들처럼 무언가에 의해 내가 쪼아지리라는 것을

 

눈 뜬 순간 아이가 나를 안았다.

미키라고 호명했다.

내 옆 생명체에게 미미라고 호명했으나

이미 꺼져가는 생명은 이 세상에 오래 붙들리지 않았다.

 

엄마! 새로 생긴 쇼핑몰에서 병아리를 나눠 줘

미키와 미미야.

 

아이의 눈이 박스 안을 가득 채운다.

미미라 호명한 생명체의 숨이 희미해지고

아이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박스 안에 머물지 않는다.

 

박스 안이 작아졌을 무렵 훌쩍 뛰어넘었다. 수풀 속을 거닐었다.

날아다니는 것들, 꿈틀대는 것들. 생명의 비린내 속에서 미키라는 호명이 들리는 듯도 했으나

다른 무리를 향해 있을 뿐 아이는 다가오지 않는다.

위협적인 시선에 놓인 밤이면 박스 안을 내려다보던 눈이 생각나기도 했으나 딛고 선 땅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연은 그리움이 없다. 지금의 생존으로 깃을 채워갈 뿐

 

몇 개의 발걸음이 나를 쫓는다.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행위를 하고 있으나 알고 있다. 발걸음에 곧 붙들리리라는 것을. 피가 튀고 비틀리고 벗겨진다. 이미 알지 않았는가, 끓는 솥 안의 끝을(처참하지 않은 끝이 어디 있겠는가) 자유롭게 거닐던 낮과 밤. 아래를 내려 보던 눈으로 후회는 없다. 공기 중 가득했던 내 사유와 떠오르는 흰 깃털

 

엄마 병아리가 안 보여


낮에 아저씨들이 몸보신한다고 잡아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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