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남북녀 Aug 28. 2024

즐거운 방학생활

내향적인 일곱 살과 외향적인 열한 살의

낯가림이 있어 외부 활동에 소극적인 나도는 방학기간 내내 집에 있었다. 주말이면 아빠 차를 타고서 가족과 어디로든 다니는 것이 일곱 살의 즐거움이다. 어느 날은 가까운 마트를 갔다가 집 근처에 도착했는데 차를 더 타고 싶다고 하여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음악을 들으며(동요보다는 체인소맨 같은 과격한 노래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장충동 왕족발 보쌈이나 대학시절 묵찌빠 같은 노래를 즐겨 듣는데 이런 노래는 남편이 어디선가 구해와 아이들의 웃음을 자극한다.)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기는 일곱 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게 뭐야 물으면 가족이라고 대답한다. 가족이 뭔데? 아빠, 엄마, 누나지.


나도에게 이번 방학의 가장 큰 사건이라면 미용실에 간 것이다. 안 가겠다고 버티거나 결심하고 행동하더라도 들어가지 못하고 미용실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잘 자르는 유치원생이 없다고 미용사분이 칭찬할 정도로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언제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왔던 것처럼


미용실에 가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유치원은 어떻게 잘 다니고 있다. 애쓰고 있구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 손질된 머리가 까슬까슬하다.


방과 후 수업으로 방학기간 중 진행되는 학교 캠프 수업으로 소리의 방학은 바쁘게 흘러간다. 학교 다니는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준비하여 학교로 향한다. 내향적인 내가 소리를 바라볼 때면 지치지 않을까 싶은데 소리는 수업 시간에 스무디 만드는 날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인다. 철판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다른 과목 캠프 수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인원이 많아) 아쉬워한다.


집에 있을 때면 소리는 토요일을 기다리는데 토요일은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도 허락되고, 오전 내내 패드를 손에 붙들고 있어도 되는 날이다. 연필 깎아라, 책상 위 좀 정리해라 같은 말들은 무게 없이 바람처럼 흘러가지만 소리의 즐거움은 오늘도 계속된다. 즐거운 일을 하고 있거나 즐거운 일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개학을 하며 나는 도서관에 복귀했다. 남편의 표현으로는 엄마 방학생활의 시작이다. 도서관 복귀하는 날에는 비가 내렸다. 엄마, 선풍기가 있어 아이가 말할 정도의 바람도 불었다. 4교시 후 소리가 집으로 돌아올 테니 얼마 있지 못하겠지만 한 달 만에 도서관 의자에 앉아 본다. 스무디 만드는 날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소리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