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by 북남북녀

강하게 쏟아지던 비는 주춤하고 뭉게구름 낀 하늘에 푸른색이 선명하다. 습기 품은 바람도 살살 불어오며 그늘에서 마주치는 바람은 무더위 속 잠깐의 시원함을 허용한다. 건물들마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실외기는 안과 밖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내고


서늘한 실내공기에 바람막이 점퍼를 어깨에 걸치며 <단수하러 온 남자>를 읽는다. 세 장의 짧은 글을 간추려보자면 프랑스 동부 지방의 한 마을, 폐쇄된 옛 기차역에 조금 모자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잡역부로 일하는 남자와 네 살과 한 살 반 된 아이 둘, 그 아이 둘을 돌보는 여자. 어느 날 수도국 직원이 단수를 통고하러 이 집에 나타났다. 조금 모자란 여자는 아이를 씻길 물도, 마시게 할 물도 없는 상황에 놓였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 두 명이 있다고 한 여름이라고 물 없이 어떻게 살라고 하소연하지 않는다. 볼 눈이 있다면 볼 수 있기도 했겠으나 책처럼 펼쳐있는 것들을. 발화되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들을. 그날 저녁 남자가 돌아오고 부부는 아이를 안고 자신들이 살던 기차역 앞 고속 열차 선로에 눕는다. 모두 함께 죽는다. 그 어떤 하소연 없이 할 만한 행동을 수행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프랑스 동부 지방의 여름날 일어났던 사건을 글로 옮겨 놓았다. 사건은 종료되었고 여자, 단수하러 온 남자를 맞은 여자의 이름은 모른다고 적혀 있다.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마지막이리라고


“머릿속에 남은 것은 너무도 더운 여름에, 죽음을 몇 시간 앞두고 아이가 느꼈을 선명하고 서늘한 갈증, 그리고 지능이 모자란 여자가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이리저리 서성거렸을 걸음이다.” p117


점심을 먹은 후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끼며 냉방설치가 잘 되어 쾌적한 실내에서 책을 읽는다. 온 가족이 이 세상을 등지는 이런 식의 이야기는(이런 식의 폭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지금도 계속된다. 대부분 실화고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전이된 고통을 작가가 문장으로 살려 놓는다 하더라도




마르그리트 뒤라스 <물질적 삶>: 어떤 것들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제롬 보주르가 받아 적은 뒤 다듬은 마흔여덟 편의 글


매거진의 이전글가난은 어찌하여 고통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