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를 추억하며

자신의 마음이라는 힘

by 북남북녀

거짓이 없고 진실하며 선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삶이 운영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천국일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땅 위에서는 진실, 순수, 선한 의지, 고결한 행동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영토분쟁이 한창인 15세기 프랑스, 오랜 전쟁으로 강도와 약탈이 반기독교적인 행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황폐한 시기에 동레미라는 지역에서 열세 살 소녀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잔느, 착하고 지혜로운 아이가 되어라. 그리고 자주 교회에 가거라.”) 신의 목소리를 듣는 소녀가 전쟁에 참여하여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을 때는 열여덟, 영국군의 수중에 떨어져 종교재판을 받은 후 마녀로 지칭되어 화형을 당할 때는 스물.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 '오를레앙의 처녀'로 불리던 국가 영웅 잔 다르크가 종교재판으로 마녀라는 오명을 쓰고 멸시를 당하며 화형에 처해야 할 이유는 잔 다르크 개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프랑스 왕실의 잔 다르크에 대한 무관심과 루앙 주교 피에르 코숑의 개인적 야심, '오를레앙의 처녀'로 패배를 맞이하여 앙심을 품은 영국인들의 복수심, 프랑스 왕(샤를 7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영국왕실의 정치적인 의도 등이 관여한다.

프랑스는 잔 다르크가 이용가치가 있을 때 곁에 두었고 어려운 처지에 빠진 잔 다르크는 외면한다.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뛰어난 행적에도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고결한 품성에도 잔 다르크라는 인물은 이 땅 위에서 사라져야 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행위가 진흙탕 속에서 구르는 것을 볼 때 사람의 마음은 칼날에 베인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삼창을 하며 일어섰을 때 유관순 열사의 마음에는 불공정한 대우로 고통받는 조선인들의 괴로움이 가슴에 가득 찼을 거라 추정한다. 자신의 안위에 집착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이다. 이러한 심성을 후세는 기리는데 동레미의 어린 소녀 잔 다르크 역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을을 보며 사랑의 마음을 고양시켰다. 어둡고 무질서한 세상 가운데 신에 대한 믿음과 조국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자신의 마음에서 끌어올려 땅 위에서 실현시켰다.

신의 음성과 상관없이 잔 다르크 이야기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세상은 악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과(의도적인 절대악이라기보다는 사사로운 복수심, 이기적 욕망, 이익에 앞선 행동, 개인적 야심, 상실로 인한 상처, 정치적인 상황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사건으로 향한다.) 선한 의지로 이러한 세상을 떠받치는 개인이(벗어나는 개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잔 다르크를 죽인 힘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며 개인을 공격하고 이러한 세상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선한 마음을 지키며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들 역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형벌 속에서 하늘로 돌아간 교육받지 못한 소녀(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던)는 성녀라는 칭호를 받으며 이야기 속에서 살아남아 읽는 이에게 전율을 일으킨다. 미움과 복수, 야심, 악의가 가득한 세상이라도 더 나은 삶이, 고결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잔 다르크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물로 살아갈 때에(어려운 시대 상황으로 동물적 본성이 표출되는 시기에) 잔 다르크는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사람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 잔 다르크와 그 시대의 차이는 낮과 밤의 차이 같다고 마크 트웨인은 기술한다.




“잔 다르크와 그 시대의 차이는 낮과 밤의 차이 같다. 거짓말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상인 때에 잔 다르크는 진실했다. 정직이라는 미덕을 잃어버린 시대에 잔 다르크는 정직했다. 약속 지키는 것을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은 때에 잔 다르크는 언제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사치스러운 욕망이나 헛된 야망을 쫓으며 자신을 망쳐갈 때에 잔 다르크는 위대한 생각과 목적에만 마음을 두었다. 요란하고 거친 행동이 보편적일 때에 잔 다르크는 겸손하고 섬세하고 우아했다. 무자비한 잔혹함이 법이었을 때에 잔 다르크는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절개를 찾아볼 수 없는 때에 굳은 절개를 가진 사람이었고 영예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시대에 영예로운 사람이었다. 어떤 것도 믿지 않고 모든 것을 비웃는 시대에 잔 다르크는 자신의 신념을 바위처럼 굳게 지킨 사람이었고, 속까지 거짓으로 물든 시대에 잔 다르크는 품격을 흠 없이 유지했다. 조국의 가슴에서 희망과 용기가 죽어 사라진 때에 잔 다르크는 꺾이지 않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사회 고위층의 몸과 마음이 더러운 때에 잔 다르크의 몸과 마음은 흠 없이 순결했다.” 마크 트웨인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 p13


“오로지 자신의 마음이라는 힘에만 의지했던 어린 소녀”

<J. 미슐레의 성녀 잔다르크> p13


마크 트웨인이 코네티컷주의 레딩이라는 마을에서 말년을 보낼 때 한 꼬마가 마크 트웨인을 보고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마크 트웨인은 “버릇없는 아이들이 나오는 그런 책은 읽으면 안 된다. 아저씨 책 중에 최고는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란다. 그 책을 이해하고 좋아하기에는 넌 아직 어리지만 좀 더 자라면 읽어보도록 하렴. 지금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라.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가 아저씨가 쓴 책 중에 최고란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

J. 미슐레 <J. 미슐레의 성녀 잔 다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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