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하는 일이라면

꿈꾸는 일이지

by 북남북녀


꿈에 아이유가 나왔다. 꿈속에서 우리는 친구였다.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아이유를 보면서 너무 말랐네 생각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 꿈에 아이유는 가끔 나온다. 대부분 친구로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유가 꿈에 나온 날은 내가 나를 격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유의 목소리와 노래를 좋아한다. 재능을 갈고닦아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나오는 꿈은 나 역시 노력하면 잘될 거라고, 너도 재능이 있는 거라고 혼자서 생각하게 한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꿈에 나온 적도 있다. 이 사람은 여러 번이기보다는 딱 한 번 나왔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내 방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평상시도 잘 누워 있는 나는 꿈속에서도 누워있었다. 누워서 내 옆에 앉아있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요시모토 바나나네’ 하며 바라봤다.(요시모토 바나나를 한 본도 본 적 없지만 꿈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라 생각했다.)

말 한마디 울리지 않는 조용한 꿈이었다. 바라보는 눈빛만 있었다. 딱 한 번 꾼 꿈이고 꽤 오래전 꿈이지만 마음에 새겨 있다. 예쁘게 그림을 그려 액자에 담아놓고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닮고 싶은 사람이다. 생각도, 쓰는 방식도 좋아한다.

마음이 답답해오거나 탁한 것이 껴 있다고 느낄 때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으면 맑고 투명해지는 느낌이다. 많은 일들이, 어쩌면 아플 수 있는 많은 일들이 괜찮은 듯 보인다. 신기하게도.


비는 제멋대로 내리고 바람은 나를 위해 불지 않지만, 어떤 날들은 바람도 비도 나를 위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 오면서 맡아지는 청아한 풀냄새나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웃음이 터져 나올 때가 있다. 꽃 한 송이도 저 혼자 피어나지만, 나를 향해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꽃 한 송이에 마음이 곱게 물드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아이유와 이야기를 나누고 요시모토 바나나를 바라보는 꿈도 그렇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너도 할 수 있어. 겁내지 말고 한 걸음, 한걸음 내딛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린다. 꽃도 제 마음대로 피고 바람도 제멋대로 부는 데 나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세상이 나에게 선물을 주지 않더라도 나는 선물을 받으면 되는 거니까.


풀 한 포기도 내 수고로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굳건히 선 나무 하나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스스로 존재해서 내 앞에 있다.

머리를 흩트리는 바람, 조용히 자리하는 나무, 고운 색깔로 피어나는 꽃들, 밤에 꾸는 꿈까지.

내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에 모든 것은 선물이 된다. 나를 향해 보내지는 편지가 된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 날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꽃 한 송이의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자신에게 해로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꽃 한 송이가 편지를 보내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되어, 꽃의 빛깔로 그 편지를 읽어 내고 싶다.


그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기분 좋게,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돌과 나무 뒤에 깃들어 있는 정령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자신으로 있는 것.
이 세상이 빚어낸 아름다운 것을 올곧은 눈으로 쳐다보고, 눈을 돌리고 싶어 지는 일에는 물들지 않고 죽을 수 있도록 사는 것뿐이라는 것.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82p



아침에 일어났더니 베란다 방충망과 유리창 사이에 벌 한 마리가 끼어 있다. 다행히 말벌은 아니다. 촘촘한 방충망 틈을 빠져나가지 못해 당황한 듯한 날갯짓이 가열찼다. 아이들의 장난감 막대기와 두꺼운 도화지를 들고서 방패인 듯 칼인 듯 벌과 대치했다.


방충망을 밀고 긴 막대기를 유리창과 방충망 사이로 넣어 벌을 열린 창으로 유인한다. 당황한 듯한 벌의 날갯짓이 빨라진다. 이쪽이라고, 그쪽이 아니라. 막대기 쪽으로 오면 좋겠는데 막대기를 피해 반대쪽으로만 향한다. 날갯짓을 빨리하다가 밑으로 뚝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 아무래도 벌도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듯하다. 날갯짓의 힘도 점점 약해진다. 나는 너를 해하고 싶지 않아, 이쪽으로 와서 열린 창으로 나가면 되는데, 생각한 순간 벌이 막대기를 타고 와서 순식간에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벌과 나는 살아 있다.

왜 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지, 벌이 왜 베란다로 들어와 공황장애를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살아 있는 둘은 우연히 만났고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으나 살 길을 찾아냈다.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작은 것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람이.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살아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어쩌면 벌이 꿈속으로 찾아와 그동안의 일들을 들려줄 수도 있겠지. 밖으로 나가 힘차게 날갯짓하게 된 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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