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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Jan 10. 2022

나, 익어가는 중~

여기저기 선생님 천지, 깨달음은 어디서나

언제나 한결같은 남자가 있다.
식탁 위에 차려진 것은 모두 자신을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이고,

한 말 반복해서 또 할 때 들어주지 않으면 와이프가 뭐 이러냐고,
잘 듣지 못하는 것 같아 큰소리로 말하면 왜 소리 지르냐고,
웃지 않고 대답하면 표정이 왜 그러냐고
그런데 이 모습은 언제나 평상시 내 모습으로 변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표현하는 그가 좀 그렇기는 했지만 크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들려오는 이야기에 그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상가 카페에 앉아 쇼핑정보를 찾고 있는데 옆자리에 몇 분의 아줌마들이 모여 대화를 한다.
'얘~ 니 남편은 안 그러니? 이 사람이 늙었나 봐.
평상시와 같은 톤으로 식사하라고 했건만 식탁에 오질 않는 거야.
그래서 큰 소리로 안 들려요. 식어요. 빨리 와서 식사해요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어머~ 왜 큰소리로 성질내냐고 하는 거야.
평상시 어조로 이야기하니 듣지를 못한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니

성질내면서 자기 말만 하는 거야.
밥맛 떨어져 굶어버렸어.

동석한 친구가 그런다. 야~ 덕분에 다이어트되고 좋았겠네.
야~ 너는 옛날부터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하니?
웃자고 얘기했는데 '옛날부터'라고?
야~ 니들 그만 안 둘래.
싸해진 분위기!
동석한 친구가 결론을 내린다.
니들 꼰대 근성 보이는 것 보니까 많이 늙어 버렸구나.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역정 내고, 니 남편이나 너나 또 같이 늙어 버렸네.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고, 젊은 시절엔 그런 이야기 들어도 화도 안 내더니만 오늘 왜 그러냐?

야~ 제발 정신 차리고 늙은 티 내지 말지.


아하~ 집에 있는 아저씨도 그랬구나.
늙어버려서 괜한 트집을.
제발 나라도 정신 차리고 늙은 티 내지 말자.
나, 익어가는 中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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