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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Nov 10. 2023

교사였던 그녀의 뻔뻔한 반성문

"뻔뻔한 칭찬통장" 동화를 읽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다 저학년문고를 꺼내 들었다. "뻔뻔한 칭찬 통장"이라?

23년 8월 10일 자로 1판 25쇄 발행된 동화라고? 그래 한 번 읽어보자.

80년대에 여고졸업반 담임교사를 하며 괘나 악명 높았던 나였기에 반성하는 차원에서도 좋을 것 같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뻔뻔한 변명부터 나열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읽고, 또 읽고, 한 번 더 읽으며 드디어 내 잘못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조하리의 말에 화를 내면 안 된다. 학생들의 말에 경청했어야 했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 전에 다각도로 생각해 주었어야 했어. 아이들의 행동을 우려스럽게만 보는 게 아니었는데...

용기를 내어 솔직히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건방지다고 면박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아이들이 쓰는 용어, 감정표현을 당돌하게만 보다니. 미안하구나.


나도 그때 몰랐었다.

아이들이 보는 친구에 대한 시각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센 표현, 격앙된 표현을 쓰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 지를. 이제야 깨우치 고나니 퇴직했네. 미안하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선생님이 변해야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오로지 군기만 잡으면 학급이 잘 운영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그때 이런 동화책을 못 읽어서? 변명하자면, 그 시절에는 이런 류의 동화책이 베스트셀러가 아니어서?

아니다. 깨우치려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칭찬통장이 뻔뻔한 칭찬 통장이 되어 버렸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반칙이 될만한 사건을 찾으라. 그러나 직접 읽어 보시길 바란다.

나의 어설픈 동화 독서 반성문으로 "뻔뻔한 칭찬통장"의 즐거리를 다 챙기려 한다면
당신 역시 잘 살피지 않고 꾹꾹 도장을 눌러대는 반칙을 저지르는 뻔뻔한 칭찬통장 발행인이 되는 거니까.



칭찬통장이 있으나 마나 칭찬통장에 도장받을 일이 없을 조하리가 드디어 칭찬 통장에 도장을 받고 상장과 문화 상품권을 받았다. 어떻게?

친구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슬기로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우리 모두 반칙이야"라고 말해서.

소신 있는 용기 있는 한 마디가 때론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러자. 그렇게 하자.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가끔, 소신 있게 용기를 갖고 한 마디 하기로 하자. 


"번뻔한 칭찬통장"을 읽고 비록 퇴직 후에  뻔뻔한 반성문을 쓰게 되었지만 이제 동화는 내게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읽는 이야기 童話가 아닌, 자신에게 잘 적용하거나 완전히 익혀 스스로 응용할 수 있게 만든 同化책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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