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마이너 4 카드들
마더피스 타로도 클래식 타로인 웨이트와 스미스 카드와 같은 구조여서 메이저 22장과 마이너 56장의 카드가 있다. 메이저는 한 인생의 여정이자 순환이다. 카드 자체도 상징과 여신의 세계가 많이 들어 있어 공부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마이너는 그야말로 인간의 일상을 4 원소로 해석한 카드들이다.
기원전 5세기~17세기에 이르기까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14세기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유럽 철학과 과학의 근간을 이룬 4 원소 이론이 타로의 기본 바탕이다. 연금술이 유행한 중세에는 물질 변환과 4 원소가 밀접하다 믿어 실험이 행해지기도 했으니. 타로와 연금술과 수비학, 카발라 이론들은 같은 뿌리에서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17세기 근대화학이 인간이 4 원소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증명했고 원소와 수소 개념이 등장하면서는 과학적 진실 영역에서는 밀려났다.
나는 비언어와 직관, 변형 그 속에서의 앎과 지혜를 중하게 여긴다는 면에서 타로를 만났다. 그러나 연금술과 수비학, 카발라까지 들어가기에는 유럽 기독교 문화가 불편했고, 베이스의 신비주의 흐름도 내 마음을 탁 잡아끌지는 못해서 그 분야를 들고 파며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몰라도 타로카드를 해석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로 카드 이전의 예술치료 심리 상담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 담겨서인지 희한하게 숫자들이 알려주는 감각이 작동하고 있고 무시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3이라는 숫자가 여러 문화 속에 남아있고 기독교에는 삼위일체라는 말로 강력하게 작동한다. 한국 문화에서도 3은 우주의 중요한 조화를 이뤄 세계를 움직이게 한다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타로를 보면서 이 숫자들이 주는 여러 감정들, 생각들이 역으로 수비학의 매력을 알려준다.
수비학에 능통해서 숫자 4번을 다루려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놓는다.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4번 숫자들이 내게 알려준 것을 모아서 정리해보고 싶어서 이번 글을 쓴다.
마이너 카드의 4 원소 물, 불, 흙, 공기를 ACE에서 한번 다뤘다.(궁금하면 읽어보시길!)
우리네 일상에는 4 원소가 상징하는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간다. 어떤 때는 본능의 끌림과 열정을 끌어내어 소통하고 일을 꾀한다. 가끔은 마음의 상태를 읽느라 하염없이 젖어 들어간다. 선택지 앞에서 분석을 하며 생각하고 판단하고 마침내 결정하여 실천한다. 시작했으면 결실을 내고 내 몸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다닌다. 첫 번째 본능의 끌림 에너지 열정과 소통은 불, 마음의 상태는 물, 생각과 판단, 결정이나 실천 영역을 작동시키는 공기, 결실과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흙.
불은 불붙은 막대기 wand, 물은 물성의 모든 것을 담는 그릇 cup, 움직여서 공기를 부르는 sword, 흙을 손으로 빚은 원반 disc 네 가지로 마더피스 타로카드에 묘사하고 있다.
4번 카드들은 Ace에서 3번까지 개인으로 태어나 능력을 쌓고 관계를 맺은 후에 마주하는 카드이다. 대체로 안정과 고정을 추구하며 안으로 끌어당기는 에너지이다. 동시에 안과 밖을 분리하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을 만든다. 그래서 기본 에너지 상태가 발산하는 불카드인 wand 조차도 4번 카드에서는 다른 메시지를 갖는다. 4번 카드는 각 요소들의 차이를 Ace 만큼이나 명징하게 볼 수 있어 재미있다.
자, 그래서 4개의 요소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한번 살펴보자.
이 카드가 과연 안으로 끌어들이는 에너지 맞는가 되묻는 소리가 들린다. 완즈가 불 성질의 카드라는 점, 불은 확산하는 에너지여서 안으로 모이는 에너지기 머물기는 어렵다. 완즈 카드들을 다 모아놓고 보면 그나마 4번 카드 정도가 오밀조밀 꽃막대기 안쪽에 불을 피우고 춤을 춘다. 화로로 모이는 에너지이다. 불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어디론가 향한다. 이 정도면 엄청 안쪽에 모여 있는 편이다.
네 명의 소녀는 이제 막 초경이 시작이 되었고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가야 하는 변화의 지점에 모였다. 그녀들의 성장을 축하하며 공동체에서 꽃막대에 꽃반지를 길게 걸어 그녀들에게 사랑을 보내는 장을 마련했다. 따뜻한 화로 곁에 봄이 머무르고 개화, 이제 막 출산이 가능한 몸이 된 그녀들의 상징인 백합을 놓았다. 봄의 상징인 로빈(파랑새)이 등장하여 이날의 느낌을 기록하고 있다.
사랑스럽고 다정하며 젊은 활기로 가득한 완즈의 4번 카드. 더없이 좋은 의미를 선물한다. 통과의례를 치르는 소녀들의 성장을 축복하며 '모든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카드를 선택한 사람에게도 전한다.
통과의례가 끝나고 축제의 시간을 뒤로하는 순간, 이 소녀들은 어떻게 될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갖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꼬맹이가 아니기에. 4개의 꽃막대기가 그녀들을 둘러싼 것은 공동체의 보살핌 아래 자란 그녀들이 울타리를 같이 만들고 지켜야 함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막대기를 장식한 긴 꽃화관은 각각 다른 형태로 그녀들의 신체 일부분에 걸려 있다. 마치 반지처럼 소속감을 부여한다.
완즈 4번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성장한 그녀들에게 책임과 의무 그것의 즐거움을 전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고 소녀들은 기꺼이 약속을 하고 있다.
물의 공간은 어딘가에 담기는 매 순간마다 모습을 달리한다. 종지에 담으면 종지 만한 물이고 지구라는 대자연에 담으면 바다가 된다. 엄마의 자궁에 생명을 품고 보호하는 양수도 물이다.
이렇게 모습을 달리하는 물, 컵 4번은 어디에 어떻게 구획을 만드는 것일까.
컵 4를 잘 보면 작은 시냇물이 큰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이 변화와 강물의 흐름이 갖고 오게 될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가려고 한다. 흘러가는 강물과 거슬러 가려는 의도가 맞붙어 '장'이 생기고 그간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항아리는 매우 위태롭게 놓여 있다. 정작 그 장을 만든 사람은 가장 익숙한 것들을 내려놔야 하는 불편함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는 중이다.
그러나 그녀는 안다. 내 마음이 아무리 불편해도 이 상태를 유지하거나 거슬러 올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흘러가는 강물 속에 다 쓴 감정을 쏟아버리고 새로이 맞이한 전환과 변화의 흐름으로 슬픔을 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바다와 만나서 생기는 새로운 감정과 스토리의 미래가 앞에 놓여 있고 그것을 항아리에 담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감정으로는 안정감을 지킬 수 없기에 상처를 치유하고 내 감정의 변화를 허락하는 눈물로 떠나보내는 시간만이 앞에 놓여 있다.
검 4번은 인간의 삶에서 칼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카드이다. 칼은 내 의지의 판단과 선택을 드러내는 카드들이다. 사방에 칼을 단단하게 꽂고 나를 위한 보호 공간을 만들었다. 그녀는 왜 피라미드를 만들어야 했을까. 인간은 혼자 세상을 살 수는 없는 법. 어울려서 일하고 돈 벌고 친구 관계도 맺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으면 인간이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의 일부 밖에 없다. 각자의 기준으로 이런저런 요구가 많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좋은 말로 돕는다고 하지만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이미 도달하는 도움이 너무 많다.
카드 속의 주인공은 사람들의 간섭과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만의 장소를 만들었다. 이 장소는 실제 존재 하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 속의 공간이다. 잘 떠올려보자. 오늘따라 내 친구가 상태가 별로 안 좋다. 무슨 일인지 너무나 궁금하고 해결해주고 싶다. 내가 도와줄 수 있기에 조심스레 연락을 한다. 무슨 일이 있느냐, 괜찮으면 밥 먹을까, 차 한잔 할까로 시작해서 너의 고민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상대방에서 예기치 않은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 중인데 일단은 혼자 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 담에 내가 연락할게. 걱정해 줘서 고마워."
이 대답을 받고 대부분 사람들은 어쩌면 내가 도와준다는데 왜 거절하지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호의가 거절당했음에 속이 상하고 혼자 있는 친구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만약 자아가 약하다면 내가 별로 쓸모가 없나라는 자책까지 한다. 이런 나의 감정은 내 것이기에 알아서 잘 처리하자, 본인을 돌보기 위해 결계를 친친구에게 굳이 섭섭해할 필요는 없다. 어디 가지 않기에.
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유 아, 혼자 끙끙대. 나한테 얘기해 봐. 얘기하다 보면 다 풀리지."
"아, 그렇구나. 그런 시간 충분히 보내고 와. 힘들면 얘기하고. 곧 보자."
검 4번의 카드 상태, 칼로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에게 자꾸 만나자고 간섭하면 절대 안 된다. 그녀는 건강한 선택을 하기 위해 내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서 분리의 경계를 친 것이기 때문이다. 검의 명상 상태이고 정화중이기에 오히려 격려하고 기다려야 한다.
타인이 나는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고 관계를 맺는다는 점.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검 4번의 선택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
디스크, 흙의 에너지는 물성, 물질, 감각이 닿는 영역을 관장한다. 숫자 4는 공간을 만든다 이 문장이 디스크와 만나면 여기는 실제 공간을 만들어버린다. 대단한 디스크이다.
디스크 4번은 그야말로 문을 여닫는 출입구가 있는 방이다. 방 중간에 자신을 위해 불을 피우고 연기는 적절한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안전하게 온기를 유지할 준비를 다한 공간이다. 그녀는 자기의 의지대로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또한 무의식과 의식의 오고 감을 상상한 것도 그림으로 붙잡아서 벽에 걸어 두었다. 왼쪽부터 첫 번째 원반은 자신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나선의 소용돌이를 묘사했다. 두 번째 원반은 천상으로 나가아가는 비상하는 능력을, 세 번째는 들어가고 나가는 균형을 잡은 리듬을 그렸고 마지막으로 4요소가 그려진 십자형 만다라로 통합이 이루어짐을 약속하고 있다.
디스크 4번은 사회생활과 타인의 요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출입문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뜻한 갈색의 안식처에서 쉬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즐긴다. 벽에 걸린 디스크처럼 예술적이고, 비언어적 창조 작업을 하면 훨씬 도움이 될 시간이다.
거절할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참 원망스럽다. 왜 이런 질문과 부탁을 해서 거절하게 만드는가. 내가 그만큼 열어뒀기 때문에 온다. 누구의 탓이 아니라 그간 내가 열심히 살았고 많은 것에 관여했으며 어느 정도 부탁을 들어줄 만한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요구와 부탁을 들어줄 수도 없고 들어줄 필요도 없다. 그 결정과 컨트롤은 오로지 나만이 하는 것이다.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승낙은 나를 희생시키고 착함과 관계에 중독될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예쁘게 거절할 수 있도록 자주 나의 골방을 드나들며 연습을 해야 겨우 거절에 익숙해진다. 세상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거절이기에.
4번의 공간들이 나에게는 어떤 식으로 등장했는지 지난 시간과 현재를 잘 살펴보기를. 시시때때로 만들어서 나를 돌보는 여유와 틈 역시 내가 만든다는 것 잊지 말고. 어차피 남들이 나를 나처럼 걱정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나보다 더 남을 생각하지 않고. 그러니 모쪼록 나에게 충실한 하루, 나를 돌보는 것이 결국 남을 돌보는 것임을 알고 내게 더 많이 시선이 머무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하는 밤이다.
2025. 2. 24 새벽 파르라니 날씨가 날 서있는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