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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소리를 듣는 사람, 샤먼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신과 사람 사이의 샤먼과 여사제 1.

by 마담 삐삐


여사제와 샤먼의 차이, 한국의 무당

마더피스 타로 세계관의 핵심에는 대자연과 순리가 있다. 대자연과 운명의 순환에 올라타야 비로소 삶의 본질에 닿는다. 이 과정은 전쟁, 운명과 격돌하고 투쟁하는 것이 온전히 수용하는 과정임을 깨달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실제 개인에게는 내면의 투쟁이자 외면의 경험이다. 이런 개인의 경험과 내적 투쟁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신의 세계는 대자연 그 자체이다.

대자연의 현신이자 인간이 묘사한 형태가 여신이다. 과거 선사시대 가장 생존이 걸린 대자연과 닮은 신비한 존재로서 여성상이 아마 존재했다. 출산을 하는 존재, 생산과 창조의 존재인 여성이 아마도 그렇게 보였을 확률이 크다. 직관이 발달하여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고 전달한 여성이 여신이 전하는 진리를 듣고 전하는 자의 역할을 하였다. 몸이 달처럼 찼다 기울었다 할 때 여성들은 민감도가 올라가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존재들이 후세대들이 언어로 표현하면 샤먼과 여사제 같은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였다. 두 사람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pestess는 사전의 해석은 여사제, 무당이고 shaman 주술사, 무당이다. 한국어로는 둘 다 무당으로 번역한다. 사전의 의미는 이렇다. 여사제는 그야말로 성소, 신전에서 의식을 집전하는 역할이라면 샤먼은 신과 다이렉트로 소통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말과 예언을 전한다. 직업과 역할로서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마더피스 타로에서는 여사제는 좀 더 자기 수련과 부족에서 필요한 일을 하지만 종종 무당인 개인의 무의식과 신과의 접점 속에 빠져든다. 샤먼은 좀 더 사회적인 책임과 역할을 가지며 대외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과거 부족 국가의 왕(혹은 부족장)이 곧 의식의 집전관이자 통치의 상징인 역사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신과 연결성을 중요하게 여긴 공동체 사회의 흔적이 국가 사회의 왕에게 남았다. 조선시대에도 기우제나 여타 농사 시작과 같은 중요한 제사의 제사장은 왕이 맡았고 이 역시 샤먼의 흔적이다.


샤먼.png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샤먼(shaman)들


동서양의 공통적 문화인류학, 역사적 경험과 맥락에도 불구하고 마더피스 타로를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존재, 샤먼, 여사제. 한국에서는 모두가 무당이다. 무당에 관한 인식이 어떤지는 이 글을 읽는 순간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낯선 존재, 한 번도 만나본 적 없고 만나기 두려운 존재.

요즘 TV에 등장해 인기를 받기도 했지만 권력자들이 오남용 한 신점과 무당이 끼친 영향이 비하인드스토리로 공공연히 떠돌고 손가락질당한다. 쉽게 손가락질당하는 존재가, 그래도 존재가 무당이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정치적 욕망을 드러낸 무당들은 분명 문제이다. 그들이 만약 신을 모시고 있다면 그들의 신에게 아주 혼쭐이 날 것이다. 아니면 제대로 신을 모시는 자들인지 의심스럽다.

직접인 무당인 사람을 무당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굉장히 불편하다. 그러면 종교 지도자를 그렇게 함부로 비난하지 않듯 무당들에게도 함부로 그러면 안 된다. 누가 찾아와 물어보면 답해주는 것이 무당의 역할이라 그 자체를 비난하거나 멸시하는 이성과 논리의 태도들도 불편하다. 과학적 사고라고 하지만 과학도 애초에 무에서 상상하여 근거로서 밝히는 과정이다. 아직 밝히지 못한 신의 세계와 직관과 이성의 다른 차원에 세계를 아무 의미 없다 무시하는 오만한 이성들이란. 그러한 맹목적 이성이 종교 재판과 이성의 이름으로 마녀 사냥을 했고 전쟁의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근대에 들어서는 헛소리한다며 정신병원에 가둬 격리했다. 그들 대부분, 다수가 여성이었다는 점도 주목한다. 이 얘기는 차후에 직관과 알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 꿈과 함께 다뤄볼 예정이다.


여사제.png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여사제(prestess)들


한국의 샤먼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는 무당을 가장 천한 계급으로 묶어놨다. 동네에서 이주할 수 없고 필요할 때는 참 잘 갖다 쓴 존재들이 무당이다. 그래서 근대 이후에 자식에게 세습하지 않게 다 끊어버려 현재 많은 무속 집안의 대가 끊어졌다. 전라도는 가족 세습 무당(당골이라고 부르는)이 대대로 배워서 무당이 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부족에서 샤먼 가문이 있어서 음악과 춤을 전수받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에도 그렇다. 젊은 무속 집안 출신의 아프리카 아티스트의 춤과 노래들은 엄청나다. 기회가 닿으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북한과 태백산맥 동쪽인 동해안 쪽은 강신무들이 많은데, 현재 한국은 전쟁 이후 월남한 황해안 굿을 하는 무당, 남해/동해 굿하는 경상도 무당들이 신딸을 들여 전수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무당이라고 하는 존재가 강신무들이다. 황해/남해/동해 별신굿들, 진도를 비롯한 남도의 섬에서 전수하는 세습무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데 삼면을 바다에 접해서 사는 위험 속에서 모쪼록 안녕과 일상의 보존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염원이었다.

남해동해안별신굿.png 왼쪽 남해안별신굿, 오른쪽 동해안 용왕굿

한국 신를 떠올리면 삼국유사에 최초 등장하는 '단군'이라 생각하기 쉽다. 삼국유사는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삼국시대 일화를 묶은 것이라 이미 한국 최초 신의 흔적을 만나기에는 너무 늦은 시대의 기록이다. 내용을 봐도 단군은 이미 인류가 등장한 이후의 왕이 된 신화여서 창세신이 아니라 '국가'의 신화이다. 한국의 창세신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간의 왕이 된 단군만 덩그마니 남아있다. 단군 이전의 신, 우리의 여신, 한국의 신을 만나려면 무당의 굿과 '경'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자연과 맞대어 사는 인간의 삶을 담은 그릇, 무당의 노래

나는 두 가지의 경험이 무당의 존재를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게 했다.

첫 번째로 이야기를 좋아하여 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였다는 점. 나의 선택을 정말 칭찬한다. 취업과 돈벌이에는 그다지 소용없는 한국문학 전공은 내 개인에게는 아주 쓸모가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면 어느 시점에 구비 문학 영역에 닿게 된다. 입으로 전하는 문학의 핵심 소스가 바로 판소리와 민요, 설화, 무당의 노래를 기록한 지역 굿 채록 판본들이다. 한국 신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필연적으로 굿 판본을 연구한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까지 무당과 비언어적 역사, 종교가 파괴가 되었는데, 그나마 생생하게 신들의 세계가 살아있는 곳이 제주이다. 아이들 책에 등장하는 여러 한국의 신들의 모습은 대부분 무당의 굿판, 지역 신당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창세신인 마고, 삼신할미, 측신, 성주신, 조왕신, 염라대왕, 바리데기, 칠성신, 월궁항아, 일광성신, 용왕 이런 신들은 전국 무당들의 굿판에 등장한다. 설문대할망, 삼승할망, 영등할망, 자청비, 강림도령, 제주 지역별 본향신들 등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닮은 신들이자 제주인들의 삶 그 자체였다.

제주본향당-대정43해원상생굿.png 왼쪽 제주 와흘본향당, 오른쪽 제주큰굿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 사이를 매개한 무당과 신을 다 잊어버렸지만 속 답답한 얘기를 물어보는 존재로서 무당을 찾아가는 관습은 남아있다. 집안 대소사 날짜 정하거나 한해의 진행을 궁금해하며 찾아간다. 젊은 사람들이 타로를 보는 것이 생경한 경험 같지만 그들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한 가족 돌봄이자 자기 돌봄의 형태였다. 성리학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자기 존재를 그나마 풀어놓고 울고불고 한탄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정신과 상담 영역이 무당의 몫이었기에. 실제 예술치료상담 교육에서 선생님들이 한국에서는 상담이 자리 잡기 어렵다고 웃으면서 우리에게는 강력한 무당이라는 상담의 역사가 있다고.


한국에서 무당의 가치는 예술 영역에서 음악과 춤, 서사를 전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인정받아서 기록하고 채집,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전공 공부 덕분에 일찍 한국 신화에 눈을 떴고 예술 관련 일로 만신 선생님들의 춤과 노래, 경을 들었다는 점에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내담자를 맞이하여 취하는 에티튜드, 태도, 경청하는 눈과 얼굴, 손 등 마더피스 타로 리더인 지금에서도 가장 좋은 상담자의 모델이다.

내가 아는 신을 모시는 사람들은 점을 봐주고 돈을 많이 못 받는다. 많이 받으면 신에게 혼난다고 표현했고, 상대방이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함부로 굿을 하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돌아가는 뒤통수까지 불러 세워 다시 한번 위로를 주는 경계 없는 심장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많지 않고 명예를 잠깐 얻었다 해도 들판의 풀잎처럼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그저 신의 소리를 전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위치에 의미 부여도 하지 않았다. 겸손하고 진실을 꿰뚫는 눈빛의 사람, 상담은 이렇게 하는구나 큰 배움을 준 나라만신 김매물 선생님께 고맙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말없이 찾아가면 거친 손길로 쓰다듬어준 고향 동네 무당이자 친구 Y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내가 만난 두 사람의 한국의 샤먼과의 만남, 경험은 다음 호에 이어서...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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