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오는 우울감에 관하여
사라짐, 눈에 보이지 않으면 죽음과 닿는다.
시같은 문구는 발달과 대상관계 심리학에 등장하는 이론이다. 엄마 혹은 애착관계의 대상과 자신과 동일시 하는 아가들이 분리하고 독립하는 과정의 고통을 다뤘다. 탯줄로 이어진 존재가 마음에서도 떨어져야 한다. 세상 귀엽고 걱정 거리 없는 아가들이 다룰 수 있는 상황은 삶과 죽음 두가지이고 직관과 동물의 상태이다.
그래서 눈 앞에서 애착대상이 사라지면 죽은 것이다.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않았기에 죽음이 내 것이기도 하다. 얼마나 무섭겠나, 애기의 마음을 상상하면 심연에서 숨도 쉬지 못할 상태이지 않을까.
죽음을 인식한 아이의 직관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생명력을 더 강렬히 느낀다. 이렇게 단언하듯 '같다'가 아니라 '다'로 맺음하는 것은 삶은 죽음과 등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봄 우울증에 관한 나의 견해
봄이 아름다운데 왜 슬플까. 햇볕이 찬란한데 왜 갑자기 우울해지나. 봄의 추운 기운이 물러나고 따뜻한 태양아래 걷다가 연두빛 잎사귀가 돋아난 나무를 보면 왈칵 눈물이 나는 걸까.
의아하다. 미친 사람처럼 창밖의 연두빛과 하얀 꽃잎들을 보다 엉엉 운 날은 지랄이다 지랄이라며 한숨을 쉬곤 했다. 내내 봄마다 찾아오는 지랄맞은 울렁증, 예고없이 찾아드는 덧없는 공허함이 심장을 파고드는 듯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더 어이없고 봄마다 또 시작이라며 아이구 올해는 살살하고 가라 기도를 했다. 심리학과 예술치료 공부를 하고, 더불어 마더피스 타로를 만나고 나서야 봄의 희한한 작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의 경우
태양이 지구와 가까워져 일조량이 늘어난다. 일조량은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심해져 우울감이 찾아온다.
심리학의 경우
독립과 죽음이 함께 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섬세한 정서를 가진 캐릭터의 경우 각인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생명력이 죽음을 뚫고 올라오는 봄 시즌에 삶과 죽음의 감각이 더 예민하게 파고들 것이다. 찬란한 생명력의 등 뒤의 죽음을 함께 느낀다. 독립한 사람으로서 혼자 걸어가는 삶의 정서, 존재의 고독이 우울감을 끌어낸다.
마더피스 타로의 경우
심리학과 비슷하게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봄의 강렬한 생명력 덕분이다. 삶과 죽음이 회전문이기에. 연두빛의 강렬한 생명력 앞에 대지와 자연의 순리에 감응하게 된다. 유한한 생명의 한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순리 앞에, 찬란한 순리는 때때로 벅찬 감정을 선물한다. 슬프고도 기쁜 봄을 맘껏 누리라는 샤먼에게 주는 여신의 선물이다.
내 나름의 봄 우울증의 원인 분석의 결과이다. 믿거나 말거나.
오셨구나 그분
올해도 어김없이 오셨다. 봄이 내 몸을 타고 내려앉았다.
어릴 때처럼 미친년 지랄한다로 나를 꾸짖지 않는다. 다만 으이구 오셨구만 하고 맞이한다.
많이 걷고 눈물이 나면 울고 아름다우면 입을 헤벌리고 쳐다본다.
내게 봄은 살아있는 생생함을 온전히 다 느끼라고 숨구멍, 감각이 다 열리는 시기이다.
오늘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무엇을 만날까.
2025년 4월 10일
어제 고양이 털 빗다가 한바가지 눈물을 흘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