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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May 06. 2024

고양이의 뒤통수에는 감정이 있다

_친애하는 나의 고양이 자매에게 pre3. 집 비운 집사를 꾸짖음

여행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게 된 집사의 삶

고양이 자매들과 만나고 십 년 동안 여행을 떠난 시간이 꽤 많다. 장기간 2주일 가까이 비운 시간도 두어 번 있었고, 1박 2일과 2박 3일 등 횟수로 보면 적지 않지만 여행을 못가서 짜증이 나거나 결핍을 느끼지는 않는다. 여행의 대부분이 일이 걸쳐 있고 즐기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 이유는 내가 워낙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바다가 코앞에 있는 곳에서 자라서 풍광 좋은 곳에 가지 않아도 가슴에서 바로 꺼내볼 수 있다. 굳이 낯선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닐 필요가 크지 않다. 

다음 이유는 고양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이 1~5살 사이, 6살에서 현재를 비교하면 장기 여행과 친구들과 잠깐 여행 가는 횟수 차이가 난다. 5살 사이에 프랑스와 뉴질랜드를 탐방과 견학을 목적으로 15일 정도씩 다녀왔고, 1박 2일 일정을 흔쾌히 받아서 움직였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잘 먹고 잘 자고 누가 와서 돌봐도 쫄랑쫄랑 잘놀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동네 친구들에게 케어를 부탁하면 별 탈이 없는 일정이 되었다.

그런데 5살이 지나고 사람나이로 치면 40대에 접어드니 식이 알레르기도 생기고 사람을 피하는 정도도 심해졌다. 특히 남자들은 친해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내가 있음과 없음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애들이 혹여나 예민함에 아플까 걱정이 된다. 이사를 하면 애들의 반응이 나이가 들수록 적응하는 시간이 더 걸리고 밥을 안 먹는 기간도 길다. 같이 사는 사람만이 아는 아이들의 예민함과 신경질이 도드라져서 남의 손에 돌봄을 맡기기 부담이다. 왠만하면 일 때문에 꼭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 여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확 줄었다.

열 살이 된 아이들이라 이제 정말 일 때문이 아니면 아마 여행을 못 갈 것 같다. 확실히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물론 활기차고 잘 지내지만 그 상태를 매일 루틴 하게 지켜주려면 돌보는 내가 매일 집에 있는 것이 최상의 조건이다.

한해가 지날때마다 아이들과 보내는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에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보다 한 시간 하루라도 더 애들과 같이 있고 싶다. 안정적인 출퇴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반기긴 하는데 왠지 감시를 당하는 느낌적인 느낌

돌보는 사람이 집을 떠났다 돌아오면 강아지들은 온몸을 던져 환영하고 기뻐한다. 언니네 강아지를 보면 한나절 헤어졌는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가족을 맞이하듯 한결같이 제 몸을 던져 좋아한다. 우리 고양이들? 그녀들은 화를 내고 삐지고 엄하게 혼쭐을 낸다.

봤냐, 나 화장실 갔다왔다옹

해외 긴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루카는 잠깐 옆에서 골골거리다가 금세 일상으로 돌아왔다. 크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었다. 아띠는 보자마자 1.5m 걸어가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아띠야."하고 다가가 손을 대면 또 그만큼 가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아, 얘가 화가 났구나. 손대지 않고 아띠야 부르면 귀가 내 쪽으로 향한다. 자신의 화남을 등 돌리고 뒤통수로 표현하는 녀석이다. 30분 넘게 사과를 하고 보고 싶었다 온갖 감언이설에 쫓아다니면 그제야 얼굴을 돌려서 나를 봤다. 이렇게 동안 집을 비우다니 나는 매우 노여웠노라는 표정으로 준엄하게 나를 쳐다봤다. "어궁 우리 아띠 화가 많이 났네." 하며 츄르를 바치고 털도 빗기고 하면 아옹하고 대답해 주었다. (화났을 때 표정과 뒤통수의 귀여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팔불출 언니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와 냄새를 맡고 야옹야옹 확인을 했다. 낮밤으로 잠꼬대처럼 그렇게 확인을 한다.

돌아와서 이틀은 고양이들이 30cm 간격으로 나를 쫓아다닌다. 집안 정리를 하고 있으면 코앞에 앉아 있고, 부엌에서 돌아보면 뒤에 서있고, 뭘 하든 가깝게 와서 보고 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감시를 당하는 것 같다. 너 또 어디 가는 것 아니지 하는 그런... 강아지의 환대와 아낌없는 반가움과는 다른 형질을 반김과 주목과 사랑이다. 고양이의 사랑이란 은근하고 집착하며 조용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매우 엄격하다는 점!

요기 딱, 있어라고 말하는 아띠의 뒤통수

밀착 방어 당하며 커피 마시기

1박 2일 오랜만의 언니들을 만나고 돌아온 어제 셋이서 잘 자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하고 애들 돌보는 여러 작업을 하고 나서 커피 한잔을 먹으려고 앉았다. 아띠는 좋아하는 장난감들과 내 발 사이에 자리 잡고 내가 또 어딜 가나 감시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얘들이 같이 움직이다가 커피 한잔 먹을 때쯤이면 침실이나 창턱에서 애들은 잔다. 그런데 내가 또 나갈까 봐 안심이 안되었는지 발치에 앉아 감시하며 못 움직이게 막아서는 것.  루카는 창턱에서 늦게 찾아온 반가움을 표현하며 몸을 비비고 아웅아웅한다. 지가 좋아하는 바깥 구경과 나를 반기는 것을 동시에. 영원한 아기 고양이, 자기중심적인 고양이 루카 답다.

나가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은 나를 보더니 아띠가 드디어 마음이 놓이는지 좋아하는 내 머리 위 고양이 캣워커에 올라가 단잠을 자고 있다. 


감정을 보여주는 뒤통수, 너희들이 있는 자리 내가 있는 곳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아띠의 뒤통수는 미치도록 귀엽다. 저 조그마한 머리와 가슴으로 무엇을 느끼길래 감정을 뿜뿜 내고 있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냐옹거리는 천진난만한 루카의 눈곱 낀 눈을 보다가 버둥거리는 얼굴을 붙잡고 눈곱을 떼고 털을 빗기면서 나도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느낀다. 

너희들이 있는 자리가 내 자리이고, 내가 있는 자리가 너희들이 있는 자리이다.


                                                                                   (2024. 5. 6 문경 언니네 다녀옴)



이제 안심하고 돌아다니고 잠이 든 왼쪽 아띠, 오른쪽 루카

#고양이 #고양이자매 #cat #아띠와루카 #집사 #여행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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