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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Apr 29. 2024

환대의 에너지가 만들 파장과 매력 ‘성산커피 클럽'

성산커피클럽(SCC) 문을 여는 순간 모두의놀이터 문이 열린다

이 글은 마포구 성산동의 해빗투게더의 시민자산화 건물 1호
'모두의놀이터'의 [모놀Life] 시리즈 중 1편입니다.

해빗투게더의 시민자산화 1호 건물 ‘모두의놀이터’은 마포구 성산동에 있고, 성미산의 기운이 넘쳐 저녁이면 산 냄새, 흙냄새, 피는 꽃들 냄새가 들어온다. 자박 걸어서 3~4분이면 이미 산의 흙을 밟을 수 있다. 

성미산(원래 성매, 성산)은 산이라고 쓰고 언덕처럼 남아있다. 사유지라서 맘대로 깎아 건물을 넣고, 공유지여서 마포구의 정책에 따라 정비하고 사람이 넘어 다녀야 하니 길이 났다. 오솔길도 여기저기 연결해서 언덕 하나에 길이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도 산은 산이다. 성미산은 평지의 오래된 주택가인 성산동의 중심이다. 

모두의놀이터 1층에 성산동의 이름을 담아 ‘성산커피클럽(SCC)‘이 5월 오픈 준비 중이다. 홍대의 아티스트 두 사람과 지역 커뮤니티 카페를 위해 여러 사람이 출자하여 5월에 드디어 오픈한다. 

‘성산커피클럽(SCC)‘의 두 운영자는 공중그늘 밴드의 아티스트 경성수와 이해인 두사람이다. 홍대도 연남동도 아닌 성산동의 카페를 운영할 결심을 한 속내를 들어보고 싶어서 만남을 청했다. (카페에서 말을 걸고 커피를 내리는 그들을 보면서 동시에 유튜브의 공중그늘 검색해 보라. 귀에 딱 붙는 음악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오픈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고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카페 운영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연을 물었다.


해인 : 포항에서 음악 하려 십여 년 전 서울에 왔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 일을 같이했어요. 부모님도 고향에서 카페를 하고 계셔요. 원래도 관심이 많았는데 서울에서도 계속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 관심이 깊어졌죠. 카페, 펍 이런 공간이 사람에게 전하는 에너지에 관해서 생각도 많이 하면서 직접 카페 운영까지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밴드 공중그늘의 해인


성수 : 나에게는 3개의 정체성이 있어요. 공중그늘이라는 밴드의 아티스트가 그 하나이고요. 여기 모두의놀이터 1층을 저녁 7시부터 운영하는 나무그늘협동조합의 이사이자 활동가로서 조합 사무를 보는 정체성, 곧 오픈하는 ‘성산커피클럽(SCC)’의 운영자가 세 번째 정체성입니다. 

밴드를 하면서 꾸준히 공간을 운영하는 일을 했어요. 공간에서 사람을 맞이하고 연결하고 재미있는 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람들 에너지가 파장을 일으키고 마주치는 관계 속에서 사건들이 생기는 조건을 만드는 것. 다시 우리 공간에서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인디밴드를 하는 그들의 이십 대가 눈앞에 지나가는 것 같다. 그 고군분투와 신남과 세상의 모순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들. 본투더 홍대인들인데 다른 일을 하면서 밴드를 하면 당연히 시간을 나눠야 하는 아픔이 있다. 어떻게 자신의 음악활동과 카페 운영의 균형을 맞추는지 궁금했다.


해인 :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잘 유지하고 일하며 돈을 버는 성취감과 실물 돈이 필요해요. 카페를 하면 확실히 음악하는 시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것은 결국은 음악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내가 학교를 길게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다양한 사회활동의 기회가 부족해요. 이런 공간에서 나의 기호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며 응대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기도 하면서 사회생활이 이뤄집니다. 큰 사회적인 이슈보다 편하게 들락날락하며 만나는 것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공간이 중요합니다.

밴드 공중그늘의 성수


성수 : 그냥 좋아하는 공간에 있다가 좋은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풍경을 쭉 지켜보는 시간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흐르는 우리 공간과 사람을 보고 있으면 되게 행복해요. 내가 공간 운영을 계속 하는 에너지이자 이유인 것 같아요. 음악과 관련해서는 음악가들도 음악을 들려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그들과 같이 장을 만들어서 더 다양한 일들이 생기게 연결하려고요.


모두의놀이터에 입주해서 단체 살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카페가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곧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카페 이름이 뭐가 될까 궁금증 폭발. 성산커피클럽이라는 이름에 여러 의견이 분분했을 것이다. 들여다봐도 이게 무슨 말이지 모를 카페명이 수도 없는데 머리에 쏙 박히는 클래식한 이름이다. 검은색과 회색 계열의 인테리어와도 딱 어울릴 이름이어서 인터뷰하면서 잘 지었다 박수를 쳤다.


성수 : 해인이가 지은 이름입니다. 별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웃음) 요즘 카페 이름을 듣고 무슨 단어인지 알 수 없는 곳도 많은데 성산커피클럽은 그냥 명확했어요. ‘커피클럽’이니까 대충 만들지 않을 거예요. 품질은 더 최고, 더 프로패셔널하면서도 우리만의 특색을 담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어요. 


해인 : 예전에 저희가 아티스트커피클럽이라는 공간 행사 기획을 한 적이 있어요. 참여한 아티스트들과 같이 지은 제목이고 약자로 ACC라고 불렀거든요. 거기서 땄어요. (웃음) 처음에 ACC로 할까 하다가 지역 기반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싶어서 성산커피클럽, SCC가 되었어요.


모두의놀이터는 홍대에서도 마을버스를 타야하고, 망원역에서도 좀 걸어야 한다. 교통편이 좋거나 핫플레이스와 가깝지도 않다. 성미산 옆이라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이점이 있고, 사는 사람만 아는 버스 정류장 앞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왜 이런 주택가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려고 할까. 계산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좀 말렸을 것 같다.


해인 : ‘소통할 수 있는 건물주가 있다’는 조건이 너무 좋았어요. 남 좋은 일 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작년에 잠깐 일할 때 건물에 입주한 분들이 응원하고 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예전에 받아보지 못한 인정을 받는 느낌이어서 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SCC의 식물 지킴이 해인


성수 : 우리 둘뿐이었으면 시작 못했을 겁니다. ‘성산커피클럽(SCC)’, 너희들이 하면 잘할 테니 자금을 도와주고 투자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행정 처리도 알려주고 도와주는 분들도 있어요. 운영을 할 수 있는 기본을 이 건물 사람들과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주셨어요.


오픈 준비 막바지여서 이야기하는 내내 피곤해 보여서 찐한 에소프레소 한잔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이야기 중간 공간에 대한 마음, 같이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만난 해빗투게더와 모두의놀이터 사람들의 응원들, 공간에서 생길 상상에 대한 기대를 말할 때 두 밴드 아티스트들 눈빛이 빛났다. 

살아있고 생기가 있는 눈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같이 에너지가 올라간다. 눈빛이 빛나는 이들이 만들어갈 공간은, 카페는 이런 사람들의 다양한 컬러의 에너지를 연결하는 곳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성수 :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여기 뭐지 이런 궁금증을 갖고 들여다볼 공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커뮤니티와 관계를 엮는 공간이지만 맛은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고, 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입소문 나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기면 더 좋죠. 앞마당이 트인 매력을 잘 살려서 낮 이벤트를 준비하려고요. 

해인이가 잘하는 것인데 저도 같이하게 된 것이 있어요. 뭐냐면, 먼저 찾아온 분에게 커피 맛이 어떠냐 말을 걸고, 누가 오면 같이 얼굴 보면서 웃는 것. 이런 것은 힘들지 않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우리도 좋아요. 

안녕하세요? 인사건네는 성수

작년에 마포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앞마당에서 시장을 열었는데 그 기억이 좋았어요. 마당을 잘 활용할 사람들과 협업하고 싶습니다.


해인 : 열심히 해서 계속 카페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찾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반응이 오가는 일들이 생기면 좋겠어요. 

또 우리 이름이 성산커피클럽, SCC인데 알파벳으로 ACC(아티스트커피클럽),  BCC(바이시컬커피클럽), CCC(성산시네마클럽) 이런 식으로 무궁무진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는 커피클럽을 만들어 보려고요. 연재 기획 같은 것이죠. 


처음 낯선 공간을 마주하면 보이지 않는 문턱을 느끼며 여기를 넘어서 이곳에 앉아볼까 말까 망설인다. 이곳이 나에게 안전한가, 저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것들은 품질은 괜찮은가, 다정하게 대해주는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럴 때 웃는 얼굴로 눈을 맞추고 인사와 말을 건네는 환대는 문턱을 녹인다.

공간 운영자의 매력이 고스란히 그 공간의 개성이 되어 공간을 숨 쉬게 한다. 공간, 특히 먹는 공간의 운영자는 몸의 언어를 구사해야 하기에 운영자의 자기 멘탈관리가 중요하고 매일 사람을 만나는 난이도 높은 직종이다. 사람 만나서 환대하며 말을 거는 것이 힘들지 않은 경성수, 이해인 매력적인 두 밴드 아티스트가 만들어갈 성산커피클럽(SCC)은 모두의놀이터의 얼굴이자 스타일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계단 위의 카페에서 나를 부르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어, 안녕하세요.” 발길이 카페로 향한다.

그리고 카페가 문을 여는 순간 모두의놀이터 문이 열린다.


_오픈 준비 중인 카페  성산커피클럽(SCC)는 마포구 성산동 경성중고 사거리의 모두의 놀이터(월드컵북로75) 1층에 자리 잡았다.


글 : 삐삐 / 사진 : 성수와 해인 /  발행 : 해빗투게더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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