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년이 훨씬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생태 철학을 공부하며 환경 교육을 하던 시절, 환경 문제는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보였다. 이산화탄소, 쓰레기, 온갖 폐기물, 훼손되는 자연, 해로운 화학 물질, 건강, 삶의 질, 지속 가능성, 행복 등 환경 문제와 연관된 모든 문제는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이해되었다. 더 나은 삶, 경제 성장, 사소한 만족이라는 출력물을 위해 뭔가를 끊임없이 입력해야 하는 문제, 입력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구와 인간에게 해로운 출력물들, 쓰고 버려진 결과물이 다시 환경 문제로 입력되는 순환의 문제. 그것이 환경 문제였다.
그 당시 나의 해법은 개개인의 실천이었다. 지구와 삶에 해가 되는 결과물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었다. 그 입력과 출력의 개념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행위인 먹고 싸는 행위로 재미있고 설명해 개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오랜 고민 끝에 엄청나게 밀도 높은 50분짜리 환경 교육 강의안을 만들어내었다. 에너지, 기후변화, 공부와 성적, 쓰레기, 존중, 가치, 행복 등의 주제를 먹고 싼다는 일상적 행위의 서사 구조로 재미있게 구성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한 주 소재는 밥, 똥, 반려 동물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했고, 감동했고, 변화가 느껴졌다. 소문이 났고, 점점 많은 곳에서 교육을 해 달라고 했고, 가는 곳마다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는 전국 여러 지역의 환경 교육 강사를 위한 교육을 주로 하게 되었다. 나의 환경 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환경 교육을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고 내용을 만들어갈 것인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환경 교육 강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생각에 대한 교육을 했다. 의도치 않게 관념과 현실이라는 두 요소를 갖춘 환경 교육 전문가라는 딱지가 붙었다. 환경 교육의 이론과 필드 수요자 만족으로 검증된 구체적 교육 사례 때문이었다.
부산 지역을 대표해서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KEEN)라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간접적으로 관여(공론장의 토론자)하다 크게 다투고(다투었다기보다는 환경 문제 해결이나 진정한 환경 교육을 위한 고민은 없고, 조직의 이해관계만 보이는 KEEN의 행태를 싸잡아 비난하고 공격했다. 내 입장에서는 참다 참다 폭발한 것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생각보다는 문제를 제기만 했던 내 태도가 부끄럽다.) 난 뒤 환경 교육에 대한 열정은 점점 식어갔고, 2010년 국제신문 환경칼럼 필화사건 이후 환경 교육과는 인연을 끊었다.
환경 교육과 취업 교육을 하던 옛날의 모토는, 취업 교육을 해서 번 돈을 환경 교육을 하는데 쓰자였다. 더 진실하게 말하면 취업 교육으로 돈을 충분히 버니, 환경 교육은 돈과 상관없이 한다였다. 꼭 지금 아이들에게 나의 환경 교육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고 하는 학급에도 망설임 없이 회당 80만원 받는 강의보다 더 마음을 담아 강의했다. 수업을 마치고 미안하다며 아이들이 모은 학급비로준비한 것이라며 떨리는 손으로 건네받은 3만원 짜리 도서 상품권은 평생 잊지 못한다.
모두 지나간 이야기고, 한동안 관심 두지 않았던 영역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호작용이다. 한 창 환경 교육을 하던 시절,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어떤 학교들은 환경 교육의 실적(교육받은 학생 수)을 높이기 위해서 전교생 혹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 수업을 원하기도 했다. 그럴 때 내가 방송실에서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각 교실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대답 소리가 모여 학교가 떠나갈 듯 운동장에 울려 퍼지곤 했다. 그 정도로 몰입감 높고 에너지 넘치는 환경 교육을 했다. 환경 교육은 그러해야 한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그런 한 교육을 마치고 방송실에서 나오는데, 어떤 선생님이 헐레벌떡 뛰어와 천연 염색으로 손수 만드셨다는 주머니와 편지를 주셨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이 나 찾아보니, 아직 있다.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무엇보다 이런 편지 한 장으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과 세상의 변화는 상호작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든, 국가 전체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든 변화에 대한 문제다. 변화란 상호작용의 문제이다. 상호작용은 생태 철학의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