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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인터뷰 Jun 30. 2022

운전


20년 전, 운전면허를 딴 직후 차를 샀다. 차를 인도 받은 날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서 구미까지 왔다. 혼자서 하는 첫 운전이라 긴장이 되었다. 2차선에서 시속 80~100km를 유지하며 달렸다. 2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홀로 주행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은 달랐다. 온갖 상황 변수 속에서 운전해야 하는 시내 주행과 비교하면 고속도로 주행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일정 속도만 유지하면 되는 일이니까.


초보 운전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주행 흐름을 익히는 일이었다. 전체 교통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지해서 속도를 내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속도를 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일 말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앞 차와 간격이 넓다고,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다고, 속도를 올려 달려야 할 때 달리지 않는다고 뒷 차가 빵빵대곤 했다. 교통 흐름에 맞게 때때로 가속기를 과감하게 밟는 일이 초보 때는 쉽지 않았다. 내 차를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무조건 충만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아직 많은 경험이 쌓이지 않은 초보 운전자가 충만한 자신감으로 과감한 운전을 하다보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자동차 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가 초보 운자가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 시기인 6개월~1년 사이라는 말처럼 사고는 자신감과 능력의 간극이 클수록  발생할 확율이 높다.


운전뿐 아니다. 삶에서도 자신감이 항상 긍정적인 건 아니다. 특히 일하는 사람은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이거 반드시 된다는 불타는 자신감으로 뛰어들어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자신감과 좌절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추진하는 자신의 일을 자기 확신과 자기 회의라는 상반된 태도로 바라보는 사람은 일을 성공시킬 확률이 높다. 일은 문제해결의 과정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 의견, 변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기 확신으로 채워진 자신감의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 들여 문제 해결에 반영할 가능성이 낮다. 자신감을 자기확신, 독선과 동의어로 이해하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


채용 면접에서도 똑같다. 지원자의 자신감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반대로 겸손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자신감, 열등감, 겸손함, 오만함 등의 성향과 기질은 그 자체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자신이 지닌 자신감이나 열등감을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경험보다 경험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듯,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하는 것보다 그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며 잘 다룰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일종의 자기 객관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운전을 잘 하려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잘 다루는 능력이 있어야 하듯, 일을 잘 하려면 자기 확신(가속기)과 자기 회의(브레이크)라는 두 태도가 필요하다. 자기 확신에 차 있는 지원자, 자기 회의에 빠진 지원자를 기피하는 이유다. 문제를 정의하고 잘 해결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일을 잘 하려면 운전을 하듯 자동차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를 다루는 능력이 직무 역량의 시작이다. 어떤 자동차인가는 썩 중요하지 않다. 어떤 가속기, 어떤 브레이크를 장착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걸 다루는 능력이 중요하다. 채용이란 자동차나 자동차의 성능을 보는 일이 아니라, 자동차 운전 능력을 보는 일이다.  나의 상태가 아니라, 그런 나의 상태를 운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다루는가? 자신 확신과 자기 회의를 얼마나 잘 다뤄 일과 삶을 개선 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니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무기력할 이유도, 열등감에 풀이 죽을 이유도 없다.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운전을 잘 할 수 있다. 진로도 삶도 똑같다. 가속 능력을 빨리 갖춘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모순된 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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