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인가?
아이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뭐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 아이들은 석유, 전기, 가스 같은 것을 말했다. 대답을 듣다가 다시 묻는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는 무얼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똑같다. 어른의 대답도 비슷하다. 에너지란 인간이 활동하는데 근원이 되는 힘이다. 인간 활동에 근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는 무엇일까? 그건 밥이다. 여기서 밥이란 쌀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칭하는 의미의 밥이다. 음식을 먹지 못하면 인간은 활동은커녕 생각도 할 수 없다. 오래 굶으면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먹지 못하면 죽는다. 밥이 없으면 인간도 세상도 멈춰버린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는 밥이다. 하지만 삶의 문제는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이 가치 있는 이유는 돈으로 에너지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에 기름을 넣고, 난방과 냉방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도 에너지를 구입하는 일이다. 쇼핑을 하는 것도 에너지를 구입하는 일이다. 물건과 서비스는 누군가의 에너지가 투입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에너지를 조금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이고, 부자란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비행기를 타고 멋진 여행지에 가서 최고의 호텔에서 호화로운 서비스를 받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반지하방에서 수도물과 라면으로 연명하는 삶보다 에너지를 훨씬 많이 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는 상태가 되길 바란다.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은 돈을 쓰고 싶다는 뜻이고, 돈을 쓴다는 것은 곧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인간의 필수 에너지는 두 가지가 있다.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다. 밥을 잘 먹는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다면 육체적 에너지는 잘 공급이 될 것이다.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 좋은 생각과 행동을 해서 삶이 더욱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신 에너지와 육체 에너지는 서로 다르다. 많은 경우 삶의 문제는 정신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정신 에너지는 강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삶을 만드는 것은 에너지의 강도가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렸다.
정신 에너지는 물리학의 위치 에너지 원리와 비슷하다. 낙차가 클수록 물체의 에너지가 많아지듯, 되고 싶은 상태와 현재 상태의 간극이 클수록 정신 에너지는 강해진다.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바이올린의 줄처럼 적당한 간극으로 팽팽하게 유지되면 열정적 삶을 위한 좋은 에너지가 되고, 되고 싶은 삶과 현실의 삶의 간극이 너무나 커서 견딜 수 없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나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몸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에너지가 공급될 때, 인간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에너지는 바람과 현실이라는 정신적 간극이다.
간극 자체는 정신 에너지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바람과 그렇지 않은 현실, 좋은 대학에 다니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현실, 멋진 외모를 지니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현실, 수십 억 통장 잔고를 가지고 싶은 바람과 공과금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좋은 직업을 갖고 싶은 바람과 그렇지 않은 현실, 멋진 애인과 사귀고 싶은 바람과 그렇지 않은 현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과 때때로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현실, 퇴직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바람과 그럴 수 없는 현실, 미래가 보장된 삶을 살고 싶은 바람과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 등의 수많은 간극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간극은 삶의 의욕이 되기도 하고, 좌절과 무기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극과 간극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간극이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예를 들어 보자.
한 동안 정리를 하지 않아 방이 엉망이 된 현재 상태와 깨끗한 방에서 머물고 싶다는 바람이 만나면 에너지가 발생한다.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발생한 정신적 에너지는 생각과 감정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방이 어지러워 짜증이 나고, 깨끗한 방에서 지내고 싶다는 마음은 방을 치우는 행위로 연결된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어지러운 방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어지러운 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치우는 행위를 미루는 사람도 있다. 어지러운 방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없는 상태라 생각도 행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지러운 방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있는 방을 치워야겠다 생각하든지, 계속 스트레스를 받든지, 방을 치운다. 바람과 현실이라는 간극은 인간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정신 에너지의 근원이다.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일어나야 하는 현실, 설거지를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자꾸만 미루는 현실, 영화를 보고 싶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처럼 일상의 사소한 간극부터 진학, 취업, 퇴직, 이별과 죽음과 같은 크고 중요한 간극도 있다. 에너지 관점으로 보면 간극이 완전하게 사라진 평형상태는 죽음이다. 적당한 간극은 동기 부여가 되어 배움과 성장의 이끄는 에너지가 되지만, 줄일 수 없는 간극이라는 생각이 들면 질투, 분노, 무기력,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한다.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삶의 간극에서 생긴 에너지를 잘 다룬다는 뜻이다. 사귀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거절을 당했다는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나오는 정신 에너지를 쓰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간극의 에너지를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로 연결해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지나가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 어떤 사람은 상실감으로 생긴 부정적 에너지를 인간의 심리를 깊이 공부하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긍정적 에너지로 연결 짓는다.
어떤 사람들은 배고플 때 맛있는 것을 먹고, 심심할 때 영화를 보고, 의미가 흐려질 때 책을 읽고, 외로울 때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작은 간극을 줄이면서 행복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이루기 매우 어려운 큰 간극에 집착하기도 한다. 간극이 큰 목표를 이루면 그만큼 기쁨도 커지지만, 간극이 클수록 좌절감의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현실과 바람 사이에서 큰 목표를 세우더라도 그 목표를 실행하기 작은 간극들로 이루어진 실행 목표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목표로 향해가는 작은 간극으로 이루어진 한 칸 한 칸의 사다리가 없이 막연한 목표만 있으면 개인의 삶이나 조직의 운명은 똑같은 자리에서 부초처럼 떠돈다.
일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고, 문제란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삶의 문제란 개개인의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말한다. 기업의 일이란 기업의 목표와 현재 상태 사이의 간극을 말한다. 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기업에서 말하는 문제 해결의 개념이다. 높이 차이로 인해 위치 에너지가 생기듯, 바람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생긴 정신 에너지로 인간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느끼고 생각만 하는 상태에서는 정신 에너지가 소모만 될 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간극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간극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간극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간극이 더 벌어지기도 하고, 없던 간극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매일 매일 겪는 수많은 크고 작은 간극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삶은 바뀐다. 간극에서 발생한 정신 에너지를 행동으로 연결해 어떻게 간극을 잘 다룰 것인가가 삶의 문제의 거의 전부다. 간극을 다루는 일은 사생활과 직업 활동이라는 두 영역에서 일어난다. 넓은 의미의 일이란 간극에 관한 삶의 모든 활동, 좁은 의미의 일이란 간극을 줄여 돈을 벌려는 직업 활동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