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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면접

by 피라

PT면접을 낯설게 여기는 지원자들이 많다. 발표면접은 일반 면접의 본질과 똑같다. 형식만 조금 다를뿐이다. 인성, 직무, 창의, 실무, PT, AP, 역량 등 모든 면접의 목적은 하나다. 지원자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면접이 무엇인지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형식의 면접이든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접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지원자는 기출 문제로 아무리 피나는 연습을 해도 합격 가능성이 낮다. 다트, 화살, 총을 열심히 쏘긴 하는데 과녁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허공중에 의미 없는 말을 마구마구 날리기만 하면 안 된다. 나의 생각, 나의 말이 어디로 날아가 꽂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PT면접의 목적은 '나는 똑똑하다! 나는 잘났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다른 면접과 마찬가지로 PT면접의 목적은 '나는 문제해결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해결능력이란 당연하게도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 즉 직무역량이다. 예컨대, 이미 알고 있는 문제가 주어졌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멋지게 발표준비를 했고, 발표도 잘했다. 여기서 끝난다면 웅변대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고압적인 분위기, 기업 문화와 면접관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이 오고간다. 면접관의 질문은 주로 지적질이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런 면을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 질문이 주를 이룬다. 논리적 흐름과 주장으로 설계한 나의 귀한 작품(스스로 부끄럽고 허접하다 여기기도 하겠지만, 일단 만들어 보여주고 나면 자아가 투영되어 소중히 여기고 싶다.)이 훼손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전제, 논리적 허점, 반박되는 사례 등의 문제 지적 앞에서 내 발표를 무조건 두둔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발표 면접은 기업에 입사해서 미팅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정 사안에 대한 나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그에 대한 팀원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라면 나는 똑똑하니까 내 생각이 맞다는 태도로 미팅하는 사람은 무능력자에 가깝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은 신입사원이든 CEO든 똑같이 능력없는 인간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합리적, 상식적 조직에서는 그렇다.


대부분의 일은 협업의 과정이다. 아니, 모든 일은 협업의 과정이다(혼자 하는 일 속에서도 내면의 다양한 내 생각이 서로 협업한다.) 협업이란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PT발표를 한 후 면접관의 '지적질'에 대해 식량이 떨어져가는 성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면 단번에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쉽지 않다. 왠지 여기서 밀리면 떨어질 것 같은 본능이 깨어난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질문 앞에 나의 존재감이 흐려지는 느낌까지 든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나의 주장, 나의 논리, 나의 관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똑똑하고 능력 있는 지원자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기업은 똑똑한 지원자가 아니라, 일을 잘할 것 같은 지원자를 뽑는다. 일을 잘한다는 의미의 본질은 다양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의사소통 능력이란 누구를 만나더라도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더라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면 자신의 생각을 접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성은 다양성, 이질성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일 좀 해 본 사람은 딱 보면 안다. 자의식 강하고 자기주장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는 사람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의 소중한 작품인 나의 발표를 마구 공격하는 면접관의 질문에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일리 있는 말, 내가 놓친 것이 있다면 인정하고 수용해서 나의 발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 수용해라는 말이 아니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 된다. 타의수용과 자기주장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유효한가이다. 발표와 대답의 목적은 '내가 똑똑하다'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발표를 준비할 때는 모든 관점, 모든 생각을 다 받아들여 완벽한 대안을 도출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발표를 준비할 때는 재빨리 나의 관점을 설정하고 주관적으로 발표 내용을 설계한다. 주관적 생각, 관점이더라도 발표 흐름과 내용이 논리에만 맞으면 된다. 논리에 맞다는 것은 그럴듯하다. 말이 된다는 뜻이다. 이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나?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지?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등으로 너무 깊이, 너무 다양한 생각, 너무 현실적 접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발표를 듣고 면접관이 깜짝 놀랄만한(정말 똑똑한 지원자구나!!라고 감탄하며....) 내용만 생각하면 수정만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발표 면접은 두 관점이 필요하다. 준비하는 과정과 발표에서는 주관적으로 빨리 문제를 정의하고 해석해서 대안과 결과(기대효과)를 도출하고, 발표 이후에는 자신의 발표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발표에서 한 발 물러나 다양한 면접관의 질문을 통해 더 나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발표에서는 자신감 있는 소신, 질의응답에서는 성찰적 태도가 필요하다. PT면접뿐 아니다. 다른 면접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점의 효용은 두 가지다. 지원자의 일행위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첫번째고, 멋진 대답을 해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돕는 것이 두번째다. 주관적 강박에서 벗어나면 여러 기회들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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