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일, 오랜만의 일.
작정하고 준비한 특강 치고는 아쉬움도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학생들의 몰입도가 대단하다.
학생들에게 마음을 담아 말했다.
1.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2. 각자의 고유성을 믿고 가라고
3. 잘 안되고 혼란스러우면 '한번에 하나씩' 해라고.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에 나오는 이야기로 특강을 마무리한 건 잘 한 일이었다.
100마리의 새를 그리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 취준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한번에 하나씩,
한번에 하나씩.
한번에 하나씩을 기억해라고.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고 없고를 스스로 너무 깊이, 너무 진지하게, 너무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관념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것도, 현실이 관념을 재단하게 방치하는 것도 좋지 않다.
나와 세상, 이상과 현실, 관념과 실제는 서로 악수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삶은 완벽, 또는 완벽하게 보이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나 아닌 것, 좋은 것과 싫은 것 사이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이다.
삶의 완성은 과정을 과정답게 만드는 것에 있지, 멋진 결과에 매몰되어 과정을 희생하는 것에 있지 않다.
나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고 없고를 너무 따지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이 많아 의미, 가치, 이유, 목적 같은 것을 많이 따지는 성향이라면 조금 가볍게 접근하고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 없이 이것저것 일단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면 때때로 멈춰져서 그런 일들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스펙을 쌓고, 경험을 쌓는다고 기업이 그런 나를 알아주고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 지식, 생각, 가치에 스스로 의미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의미 부여와 의미 상실의 반복된 일상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맛을 알아야 한다.
다른 말로 문제해결,
다른 말로 직무역량,
다른 말로 인성역량,
다른 말로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다.
의미 부여에 소홀해서도 안 되지만,
스스로의 의미 부여에 매몰되어서도 안 된다.
의미 있음과 의미 없음을 끝없이 왔다갔다하며
타인의 의미와 나의 의미가 서로 만나 손잡고 이야기하게
만들줄 아는 사람.
그런 취준생이라면 뭘 해도 성취한다.
자신의 의미에 오만하지도 말고,
타인의 의미를 선망하지도 말며,
서로 다른 의미의 발견, 만남을 즐기길 바란다.
취업뿐 아니다.
삶도 그렇게 접근하면 좋겠다.
어쩌면 삶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