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에서 벗어나려면 주위 땅을 파내면 된다.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해 서서 일할 수 있는 모션 데스크가 필요했다. 쓸만한 것은 60만원이 넘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10만원대 제품을 구입했다. 상품 후기는 크게 믿을 것이 못된다. 가짜 후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용자의 다양성 때문이다. 타이핑을 할 때 모니터가 흔들렸다.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지진과 여진 속에서 한 달 넘게 일하며 흔들리지 않는 책상, 흔들리지 않는 모니터라는 소원이 생겼다. 튼튼한 스텐드 책상을 만들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섰다 앉았다가 아니라 서서만 일하기로 했다. 60킬로그램 무게의 상판으로 스텐딩책상을 만든지 몇 달이 지났다. 서서 일하다보니 앉아서 일하는 호사를 간혹 누리고 싶었다. 때때로 앉아서 타이핑할 수 있다면 세상 전부를 가진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갔다. 결론은 높은 의자였다. 책상 높이 115센티에 맞는 의자를 하나 만들까 하다가, 75센티 높이 바체어를 당근으로 구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앉아 보았다. 오~ 괜찮다. 앉아 타이핑하니 편안함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든다. 이것이 나의 모션 데스크다. 책상 높이가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통해 모션데스크와 똑같이 일할 수 있다. 앉아 있는 맛에만 빠지면 지난 일들이 물거품이 된다. 앉아 일하는 시간과 서서 일하는 시간을 3:7의 황금비율로 유지해야겠다. 앉을 수도 있고, 설 수도 있어 설렌다. 선택지는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책상을 올리고 일어서고, 책상을 내리고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 여러모로 간단하고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