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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아빠 Dec 16. 2023

국공립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 사진 : pixabay ]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네에 있던 국공립 어린이집 중에서 한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첫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녔었던 7~8년 전만 해도 대기자가 늘 있었던 그런 어린이집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지방에 사는 것도 아니고,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에 있는 동네들은  사방으로 인구가 많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들이 거의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방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서울 외곽에 있는 동네들 조차 점차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말이지 7년 전만 해도 그런대로 유지가 되었던 사립 어린이집들과 유치원들도 이제 저희 동네에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왜냐하면, 집 값이 폭등하기 전에는 그래도 신혼부부들이 꽤 유입이 됐었고, 부부들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동네로 손색이 없었지만, 집 값이 폭등한 이후로는 이곳도 새로 시작하는 부부들에게 외면받는 동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억 언저리던 20년 넘은 아파트들이 6억이 넘었는데도 안 팔던 시기들이 있었으니까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었죠. 아마 그때 유입이 되지 못해서 지금 이 사달이 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동네가 서울 외곽이라는 특성상, 조금만 더 차로 이동하면 경기도권으로 진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무리를 해가며 이쪽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곳에서 15분만 더 가더라도 집값에서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새로 시작하는 부부들은 아파트들을 선호하니 그 차이는 더 클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만 더 차를 타고 가면 아파트를 장만하느라 대출을 더 받지 않아도 됩니다. 조금만 이동해도 한 달 이자로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까지도 덜 내도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가 아는 친척은 그렇게 경기도권으로 이사를 해서 이자 더 낼 돈으로, 본인이 원하던 차를 구입하며 행복해하기도 했습니다.


한 달 50만 원. 1년 600만 원. 5년 3100만 원. 답 나오졍? ^^ㅋ(뭐, 이것도 쉬지 못하고 꼬박꼬박 일해서 매 달 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서울에서 똑같은 평수로, 이자를 더 내는 것보다는 본인 나름대로의 현명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본인이 행복하면 됐죠, 뭐. 안 그렇습니까?


'저조한 출산율. 그리고 결혼을 안 해서 유입도 되지 않는 신혼부부들.'

애당초, 집값이 너무 비싼 게 문제입니다.


싱글들도 한 달 월급을 받아서 생활비로 다 쓰고, 진짜 노력해서 모아봤자 50만 원도 힘듭니다. 

사회 초년생은 그만큼 많이 벌지도 못하죠. 50이라 쳐도, 1년이면 600만 원. 10년이면 6천만 원. 아마 부모와 함께 살고 있고, 부모님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면 100만 원 정도는 될 수도 있겠죠. 그래봤자, 100만 원이더라도 10년이면 1억 2천. 그것도 꿈같은 소리입니다.


결혼하면 원금 100만 원을 갚기도 힘이 듭니다. 자녀를 안 낳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자~, 왜 저출산의 시대인지 해답이 나왔습니다. 신혼집을 장만하기도 힘들지만, 장만해서 그 힘들다는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안 낳는 이유가 나왔습니다.


돈을 벌어서 생활비로 다 쓰고, 남는 돈들로 그 많은 대출 이자들을 대체 언제까지 내야 할까요? 원금 상환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온갖 '빚'을 내서 결혼하는 순간, 그냥 자발적 '평생 노예' 등극입니다.


만약, 한 달이라도 못 내면 빚이 쌓이는 속도는 어마어마하니까요.

이미 신용불량자가 수백만명인 시대.


저희 동네는 제일 인기가 많던 1위의 유치원까지도 정원미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지만, 곧 몇 년 후엔 유치원이, 그다음은 초등학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집 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그리고 빚을 내서라도 남들 보란 듯이 살고 싶어 하는 그 의식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저출산은 계속되고, 자발적 노예들은 늘어나고, 신용불량자들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곧 사라질 것입니다.


동네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지만, 사회 초년생이라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사회 제도들 중에 아주 좋은 제도들이 있었다.
그래서 돈을 빌려서 모든 걸 갖추고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혼 생활이 아니라,
매 달 빚을 갚아 내야 하는, 노예 생활의 시작이었다.

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지속적인 부를 위해서, 노예의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난 전혀 몰랐었다.
그 제도들은 분명 좋은 제도들이었으나, 난 그것을 너무 좋지 않게 활용했다.
적당히 이용했어야 했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

지금이라도 적당한 선으로 축소해서 다시 시작을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이미 처음에 너무 크게 저질러 버렸기 때문에, 배우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한 명만 낳기로 했다.
나에게는 이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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