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시험장에 온 것은 이번에 3번째. 홈스쿨링을 하는 두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시험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다. 고가의 차량들이 시험장에 꽤 많았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고가의 차량이란, 5천만 원대 이상의 나온 지도 얼마 안 된 차량들을 말한다. 난 차량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차는 그냥 이동수단으로써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타고 다니는 차량도 폐차가 될 때까지는 전혀 바꿀 생각이 없다. 그래서 차부심이 많은 주위 사람들이 대체 언제까지 타고 다닐 거냐고 얘기할 정도다. 다들 뭔가에 씌었는지 아니면 할 얘기가 없는 것인지 만날 때마다 지겨울 정도로 말한다. 오히려 난 그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멀쩡한 차를 두고서 내가 왜 돈을 더 지출해야만 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들도 안 하면서 바꾸라고만 하니까. 매달 돈만 내다가 같이 죽자는 거냐?ㅋ(-ㅅ-)+
그렇게 차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지금 나오는 차량들의 시세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관심이 없어도 내 아이 중에 한 명이 차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이 녀석 때문에 조만간 바꿔야 할지도;;ㅋ).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차량이 지금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 것까지 대충은 알고 있을 정도다. 이제 9살짜리가 풀옵션이란 것도 알고 있다. "아, 진짜! 이넘의 유튜브!!ㅋ." 그래도 귀엽다.(-ㅅ-);; 그래서 검정고시 시험장에 주차돼 있던 차들도 내가 관심이 있어서 본 게 아니라, 아이가 "아빠! 저기 OOO가 있어. 저건 OO인데! 아빠! 저건 OOO잖아!"라고 말을 해줘서 알았다. 나보다 차 이름들을 더 잘 알고 있다.(-ㅅ-);;
그렇게 검정고시 시험장에 올 때마다 한 바퀴를 둘러보며,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아이와 구경하곤 했다.
그런데 매 번 올 때마다 고가의 차량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번은 그러려니 했는데 세 번이나 그러니 이건 좀ㅋ. 현 시세로 1억이 넘어가는 차들도 꽤 눈에 띄었다. 그 차들을 보며 '우와~' 감탄사를 내뱉는 우리 아이.(-ㅅ-);;ㅋ 아니, 근데 포르쉐랑 람보르기니는 거기에 왜 있는 거임?ㅋ 그 차들이 시험 보는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타고 온 차인지, 선생님들의 차인지, 그냥 주차해 놓은 차인 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아이와 좀 지켜보았더니(약간은 궁금했거든ㅋ), 대부분은 시험을 치르러 온 아이와 그 부모가 타고 온 차였다. 그 광경들을 보자니 갑자기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어느 정도 돈이 여유롭게 있는 가정들은 공교육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보다 다른 교육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차들을 보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차부심 때문에 차만 고가이고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건가?^^;; 현재의 기준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구당 순자산이 10억이라면 상위 10%라는 통계를 봤었는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30, 40대에 벌써부터 저런 차들이라... 그런데, 저런 가정들이 얼마나 되려나? 뭐, 다른 가정들의 재정상황들이야 나는 모르니, 더 이상의 추측은 자제하기로 하겠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여유 있는 가정들이라고 판단을 하고서 넘어가도록 하자.(-ㅅ-)ㅋ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꼭 학교를 보내지 않더라도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부모 세대도 대부분이 기본적인 교육을 다 받았고, 전 세대보다는 다양한 경험들을 겪은 세대들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돈이 많지 않더라도, 부모의 남다른 기준과 판단으로 다른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들이 점점 갖춰져가고 있다.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우리 가정처럼.(-ㅅ-)ㅋ
그래도, 공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큰 모험과 도전이 아닐 수가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 없던 시간들도 따로 할애를 해야 하니까. 게다가 거의 무료인 학교를 두고서 내 돈을 들여가며,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ㅅ-)ㅋ 예를 들어, 추가적인 돈만 지불하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만들어놨는데, 그 길을 마다하고 비포장 길로 들어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며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과 같으니까. 그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도 모르겠고.ㅋ
그래도 중요한 건,
그렇게 용감하게 행동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부모들은 해주고 싶어도 시간과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대신 아이들을 이끌어줄 시간들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비용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오히려, 학교를 계속 다니면 비용은 더 발생한다.
학교라는 환경 속에서는 수많은 아이들과 계속 경쟁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학교 밖에서 혼자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보다는 몇 배의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즘 교과서만 파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아이들이 어디 있나? 말로만 있다고들 말을 하지, 실제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런 건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친구들이 뭘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학교에 남아서 경쟁을 하면 할수록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갖다 받칠 뿐이다. 돈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부모들은 하나도 없을 테니까. 그게 우리나라의 사교육비가 수십조 원에 이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결국은 가족들이 다들 고생해서 다른 사람들의 부만 축척해 줄 뿐. 뭥미.(-ㅅ-)
적어도 난, 내 아이들이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돈을 쓴다. 나중에는 못할 수도 있으니까. 늙어서 죽으라는 법이라도 있나? 그렇게 나와 아내는 내 아이들이 현재 느껴야 할 행복들을 위해서 돈을 지출한다. 그런데 그렇게 써봤자 우리나라 가구 평균 사교육비의 2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도 좋고, 아내도 좋고, 내 아이들도 좋다.
우리가 고생해서 다른 사람들의 부를 축적해 주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축적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도, 본인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지금 당장 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용돈까지 더 받아서 좋다. 부모인 우리도 넷을 키우지만 돈 걱정을 안 해서 좋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지는 돈으로 곧 우리 셋째가 원하는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차량으로 언젠가 바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할부개념을 혐오하기 때문에 구입하더라도 돈을 모아서 살 거다.^^ㅋ 그것도 당연히 새 차는 안 사고 나온 지 2~4년 된 새 차 같은 중고차로.(-ㅅ-)ㅋ
어느 부자가 쓴 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누군지 기억은 안 남).
첫 바퀴가 굴러가자마자 감가상각이 되는 자동차는 최악의 자산이자 투자처다.
난 그 글을 보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돈이면 아이들이랑 놀이동산과 가족여행을 몇 번을 갈 수 있는 거야?'
한 번 지나간 시간과 추억은 돈으로도 사지 못한다.
찐 명언이다.
수많은 부자들이 하나같이 후회하는 한 가지는, 자녀들이 성장할 때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도 말한다.
난 후회나 하려고 아빠가 된 게 아니다.
난 내일도 10년이 훨씬 넘은, 차량가액이 400만 원도 안 되는 내 소중한 차량을 타고서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러 놀러 갈 예정이다.
'무슨 소리예요, 내일은 평일인데요?'
"자퇴해서 검정고시 치렀다니까요.(-ㅅ-)ㅋ"
[ 사진출처 : pixabay ]
[ 16화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