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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 Pirate Jun 23. 2024

마트 배송 기사님들이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

< 배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이젠 대형마트에 가면 사람이 없다. 할인기간이나 대목 같은 특정한 날 빼고.

그래서 내가 아는 대형마트들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은행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처럼.

역시도 아이들과 여행 가는 중에 장을 보려고 들리는 게 아니라면 대형마트는 전혀 가지 않는다. 


시간만 엄청나게 잡아먹고 / 할인한다고 충동구매하고 / 물건들 카트에 다 싣어야 하고 / 계산할 때 내려야 하고 / 계산 후 다시 싣어야 하고 / 차에 또 싣어야 하고 / 도착하면 내려서 또 옮겨야 하는 등...(-ㅅ-)ㅋ

돈 내고 시간 버리면서 사서 고생해야 하는 대형 마트의 루틴.

그래서 평소에는 그냥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서 배송을 시킨다. 맞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서 살고 있다.


1. 사이트를 통해서 필요한 것만 검색해 배송시킬 수 있으니 충동구매가 없다.

2.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클릭 몇 번으로 판매 상품을 다 둘러볼 수 있다.

3. 다른 판매점들과 가격비교가 바로 되니 비싸다면 안 사면 그만이다.

4. 사이트에서 할인 쿠폰들도 쓸 수 있다.

5. 배송 시간대를 나에게 맞는 시간대로 잡을 수 있다.

6. 결제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알아서 문 앞까지 배송을 해 준다.

7. 기사님들이 문 앞에 배송해 주시면 난 몇 발자국만 옮기면 된다.

8. 이렇게 한 번 받고 나면, 왜 그동안 사서 고생을 했었는지 현타가 온다.

9. 인터넷으로 마트 배송이 가능하게 해 주신 관련자분들에게 고마워하게 된다.

10. 그리고 다음부터는 배송기사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친절하게 맞이하게 된다.

(-ㅅ-)ㅋ



그래서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수량까지 꽉꽉 채워서 한 번에 시켰었다.


예를 들어 물품을 30개까지 담을 수 있다면 30개를 맞추는 식으로.

과자나 음료수 같은 것은 제품별로 한 개만 시켜도 그게 1개가 되어버리니 30개는 금방 채워졌다.


그렇다 보니 30개를 넘겨야 하는 날에는 두 번에 나눠서 결제를 해야 했다. 그 금액은 30만 원이 넘었다. 어쩔 땐 한 번만 결제하는데도 20만 원이 넘은 적도 있다.


자, 여기서 중요하다.(-ㅅ-)ㅋ


그렇게 두 번에 나눠서 결제를 했을 때는 그래도 배송기사님들의 표정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매우 좋지도 않았고.ㅋ

하지만, 한 번만 결제해서 배송을 시켰을 때는 배송기사님들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나야 그 이유를 당연히 모르니, 그저 오늘따라 배송기사님들이 많이 힘드셔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구슬땀을 흘려가며 배송을 해주시던 배송기사님께서 떠나시면서 내게 이런 한 마디를 해주셨다.


"이렇게 많이 시키실 거면 다음부터는 몇 번으로 나눠서 주문해 주세요."

"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렇다. 이 분들은 물건 개수로 수입이 들어오는 택배기사님들이 아니었고, 주문 들어오는 대로 배송을 해주시는 마트의 배송 기사님들이었다. 그걸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지 않고 평소에 택배 시키듯이 한꺼번에 결제해서 주문했던 것이다.(-ㅅ-);;


3천 원의 배송비만 더 낸다면 마트에서는 1~2만 원의 물량도 배송을 해준다.

그 3천 원 덕에 나는 집 밖으로 한 발작도 나가지 않고서 편안하게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1~2만 원의 주문 건도 1건으로 잡힌다.


그런 1건과 나의 20~30만 원대의 대량 물품 주문 1건이 동일하게 적용됐던 것이다. 헐~;;

당연히 배송기사님들은 그 1건을 위해서 이 지역, 저 지역으로 매일마다 분주히 움직이셨을 것이다.


내가 배송을 시키는 날에는 내 물건들 때문에 1번 이상은 더 왔다 갔다 해야만 했을 것이다.

난 그 많은 물량들을 1건으로 잡아서 배송을 시켰으니까.(-ㅅ-);;


그 생각을 하니 그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ㅠ_ㅠ)

그래서 다음부터는 주문을 달리하기 시작했다.(-ㅅ-)ㅋ




5~6만 원으로 잘라서 주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ㅋ

무료배송 기준에 맞춰서 물량을 잘라서 결제했다.


20~30만 원을 넘어가던 물량들을 그렇게 잘라서 결제했더니 3~4건 수로 늘었다.

당연히 번거롭기는 하다. 주문할 때마다 상품들을 일일이 재클릭하면서 가격을 맞춰야 하고, 그때마다 결제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시간도 더 걸린다.


하지만, 나의 이런 행동들로 인해서 한 없이 고마운 배송기사님들의 수고를 덜 수만 있다면 난 계속할 것이다.


간혹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날 배송을 시켜야 할 텐데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런 말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댓글 현상들은 딴지 거는 것이 거의 일상화가 되어 있으니까.(-ㅅ-)ㅋ


그에 대한 대답으로는 내가 매일 주문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어쩔 땐 두 번 만 시키니 나머지 28~29일이 남아있다 말해주고 싶고. 내가 주문하는 날도 그 시간대에서 3~4건 만 주문을 하니까 다른 시간대들이 여유롭게 남아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에 주문할 수 있는 시간대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겁나게 많이 있다는 것은 이용을 해 본 사람만이 알고 있다.


또한, 내가 주문하는 물량을 직접 본다면 왜 3~4건으로 나눠야만 하는지 이해도 될 것이다.

배송 기사님들도 어느 날은 물량이 너무 많아서 우리 집에 물건을 내려주고 한 집만 들렀다가 다시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할 정도였다(마트 배송차량은 크기가 크지 않다). 

왜냐하면 난 부피가 꽤 큰 물건들을 위주로 시키기 때문이다. 크거나 무거운 것들 말이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ㅅ-)ㅋ


그렇게 대량 물량에 맞게 주문 건수를 늘린 후부터는 배송기사님들의 표정이 확실히 좋아졌다.


배송해 주시면서 계속 친절하셨고, 미소도 보이셨고, 덕담을 하시는 경우들도 더러 있었다.

아마 나였어도 나를 생각해 주는 고객들을 본다면 그렇게 친절했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도, 상당히 번거로울 텐데도 계속 그렇게 해주고 있으니까.


아마 배송 기사님들 뿐만이 아니라, 마트에서 물건들을 대신 담아서 포장까지 해주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 작은 행동' 하나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함께 살아가야지만 행복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걸 바로, '사회'라고 부르고 싶다.


[ 사진 출처 : Unsplash의 Joan Tr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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