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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 Pirate Jan 07. 2024

보일러가 언 것이 과연, 우리에게 불행이었을까?




한파에 보일러가 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잠시 여행을 갔을 때, 날씨가 갑자기 급변하여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밤 사이에 그렇게 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추운 날씨 속에서 물이 돌지 않고 20시간이 넘게 방치가 되어 있었기에 보일러의 수도배관까지도 얼어버렸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녹이기 위해 기술자분을 부르거나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날씨를 검색했는데, 대략 5일 후에나 날씨가 영상 7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5일 동안 그냥 따뜻한 물을 끓여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녀들도 많은데 몇 만 원도 아니고 몇 십만 원은 좀 큰돈이었으니까요. 그저 며칠 동안 잠깐, 어렸을 때처럼 생활을 하면 되는 거라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따뜻한 물이 필요할 때마다 어렸을 때처럼 물을 끓여서 쓰다 보니, 그동안 참 편리한 생활을 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해지면 모든 상황들에서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아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도 그동안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하다가, 그 생활들이 사라지니 무척 불편해하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편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했었습니다.


물이 얼어버리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집에서 따뜻한 물로 세수와 양치를 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환경.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위 속에서도 집에서 따뜻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환경.


다시 물을 끓여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든 생각은, 제가 어렸을 때 그토록이나 바라왔던 생활들을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땐 이런 집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목욕탕들도 꽤 많았었죠.^^


지금도 유튜브나 각종 영상 등을 접해 보면,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나라가 정말로 몇 없습니다. 선진국이라 불리고 있는 몇 나라들에만 해당이 되는 사항들일 뿐입니다.

선진국 이 외의 나라들은 오직 상류층과 어느 정도의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만이 이런 생활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인구로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들의 이런 생활환경들이 바로, '상류층'에 속해 있었습니다.



아직도 강이나 개울, 하천, 계곡 등에서 씻고, 겨울에는 그마저도 씻을 수 없으며, 따뜻한 물이 필요하면 불로 항상 끓여야 하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해하며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을 가끔씩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오늘도 먹고, 생존하기 위한 사투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들은 지금의 환경을 만들어준 기존의 세대들과 그들을 이끌어준 리더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느 순간 그러한 사실들을 망각하면서 지금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또한 감사함도 느끼지 못하면서 점점 불행해지며, 그렇게 미소 짓는 법과 웃는 법을 잃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우리들의 비교대상은 선진국이 된 지금 대한민국의 상류층이 아니라, 우리보다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되었어야 했고, 그러한 사고방식등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제목을 저렇게 지은 이유는,

보일러가 얼었던 저 당시에, 물을 끓여서 아이들을 씻기고, 설거지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생활들을 하면서 5일 동안 저런 생각들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홀로 생각했었습니다.

보일러가 언 그 시간들이, 정말로 우리에게 불행이었을까?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르게 생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 하나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자신이 되뇌던 그 물음의 끝에 도달하여,
 원하던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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