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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적아빠 Aug 04. 2024

이토록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가 또 있을까?

방학이라 친구들과 노는 걸 기대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만 되면 옆 동네로 아이들과 물놀이 원정을 다녀왔었다.

그 지역은 물놀이장 시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남의 동네라 아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


그래서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놀다가 헤어져 오고는 했었다.


우리 지역도 만약에 물놀이장이 있었다면 아는 친구들과 만날 확률도 높았을 것이고, 서로 연락해서 만나는 일도 잦았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놀다가 친해지기라도 하면, 동네에서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하면서 더 친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늘 그게 아쉬웠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지역도 물놀이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옆 지역을 벤치마킹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설을 짓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기대감은 완전히 수직 상승 해버렸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제 방학만 되면 친구들과 매일같이 놀 수 있겠다!! 야호!!"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우리 동네뿐이 아니라 여름 방학에 다른 지역으로 물놀이 원정을 갔을 때도 느꼈던 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놀러 온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주위에 수많은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차있고, 규모도 꽤 큰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수많은 어린이집들과 유치원들이 있었는데도 물놀이장에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15명 정도의 아이들만이 항상 놀다가 갈 뿐이었다. 어느 물놀이장을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요일은 달랐다. 어느 곳이든 미어터졌다.(-ㅅ-);;

늦게 오면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차를 빼거나 맡은 자리 때문에 소란스러운 일도 자주 일어났다. 간혹 아이들끼리 부딪치거나 다투기도 하였고, 물 보다 아이들이 많아서 여기가 물놀이장인지, 물이 있는 곳에 아이들을 가둬 놓은 것인지 멘붕이 올 정도였다. 그 이후로 다시는 일요일에 가지 않았다.


그런 광경들을 보면서 이 지역은 평일에는 그렇게 한가한데도 오지도 않으면서, 주말만 되면 왜 이모양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할 정도였다(그 정도로 일요일에는 정말로 많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 지역도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ㅅ-);;



우리 지역도 물놀이장을 연지 이제 3년 차다.

며칠 전 여름 방학을 시작했지만, 올해도 평일에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12명 남짓한 아이들만이 놀뿐이다. 어느 날은 아예 없어서 물놀이장을 가동도 안 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걸 본 적도 있다. 근래에도 꽤 자주 보는 광경이다.(-ㅅ-);;


시설이 나빠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었다.

우리 지역에 물놀이장이 생긴 이후로 우리 가족은 아예 원정을 가지 않고 있으니까. 원정을 갔던 그 지역들에 비해서 전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단지, 아무리 방학을 했어도 평일에 이용을 하는 사람들이 적었을 뿐이다.

이곳 역시 일요일에는 미어터졌다.(-ㅅ-);;


난 그렇게 우리 동네의 물놀이장을 이용하게 되면서, 왜 방학을 했는데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서 그나마 알 수가 있게 되었다. 이곳이 우리 동네이다 보니 네 아이의 친구들을 모두 불러내면서 그 아이들의 상황들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보던 아이들의 상황들까지도.(-ㅅ-)ㅋ




첫째부터 막내까지 네 아이들의 친구들이 방학을 했음에도 물놀이장에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이 이런 경우였다.



1. 스케줄들이 이미 꽉 차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이미 하교 후 스케줄들이 다 꽉 차 있다.

방학을 했다고 그 스케줄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보니, 잠깐이라도 물놀이를 하러 나올 짬이 전혀 생기지를 않는다. 잠깐만 놀다가 가느니 그냥 안 가고 만다는 마인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실제로 학원 가야 한다고 지나가다가 구경만 하고 가는 아이들이 정말로 많았다.



2. 부모들이 방학에 아이들을 돌보질 않는다.


맞벌이를 하는 집들이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아직 저학년인 아이들은 부모님이 함께 나오지 않는 이상은 동네 물놀이장도 잘 보내질 않는다. 그래서 집에 부모가 함께 있지 않은 친구들은 전혀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고학년이나 청소년들이라고 해서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학원, 독서실을 가서 공부를 하거나 부모들이 없기 때문에 살판나서 집에서 폰이나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진짜 심심하면 아주 가끔씩 한 번은 나온다.(-ㅅ-)ㅋ



3. 부모가 돌보고 있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집에 부모가 있어도 물놀이장을 가게 되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리 쉽게 나가질 않는다. 

챙길 것들도 많고, 그 짐들을 다 들고 다녀야 하고, 물놀이하는 동안은 곁에서 지켜봐야 하고, 쉬는 시간마다 챙겨야 하고, 끝나면 와서 씻겨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또 정리를 해야 하고, 식사준비도 해야 하는 등 다른 할 일들도 많은데 오히려 일을 더 만드는 격이니 전혀 반길 리가 없다.(-ㅅ-)ㅋ



4. 평일은 노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ㅅ-);;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릴 적부터 받아온 세뇌가 무서운 법이다.

내가 어렸을 때 (80~90년대) 그렇게 귀에 박히게 듣던 말들을 지금 이 시대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아직도 이런 마인드와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날 진짜로 놀랍고도 허무하게 만든다.


평일에는 놀면서 즐기지 않고, 열심히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서 아예 노는 행위자체를 금지하는 가정들이 지금도 정말로 많이 있다. 평일에 쉬거나 즐길 수 있다면 당연히 즐기면서 살아야 행복한 것이지 아예 차단해 버리는 생활을 하는 건 대체 뭥미. 아이들을 그저 노예로 길들이기 위한 행위들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세금 내는 기계들로 키우고 있는 것인가.(-ㅅ-);;



5. "자주 와서 놀아야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우리 동네에 이런 시설이 있으면, "당연히 매일같이 와서 놀다 가야지!" 하는 우리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 두 번이면 됐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이제는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서 여름에 아이들의 친구들을 한 두 번 볼까 말까 하고 있다. 집들이 다 걸어서 15분 내에 있는 친구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같이 자주 나오는 부모를 물놀이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조차도 이상하게 바라보고는 한.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ㅅ-)ㅋ



6. 오히려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건 의외였다. 전혀 나오지도 않고 한 번도 노는 걸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부모님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왜 싫어하는지 그 이유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실례가 될 수도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일 테니까. 그런데 본인들이 싫다고 아이들까지 못 놀게 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의 유년시절은 한 번뿐이고 그마저도 곧 지나가니까...



7. 부모인지 의심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그냥 너무 귀찮아서, 그럴만한 이유를 전혀 못 느껴서,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 알지를 못해서 그냥 나가지 않는 부모들이 있었다. 정말로 있었다. 그것도 꽤.(-ㅅ-)

진짜로 안타까웠다. 

그들은 왜 스스로 부모로서의 삶을 택했는지, 아이들은 왜 낳았는지, 처음부터 결혼 자체를 대체 왜 한 건지, 아니면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지 한 번 묻고 싶어지는 부류의 부모들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곧바로 행복을 느낀다. 

당연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세상도 아름다워 보이며, 사람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모두 다 정화가 되고 힐링이 된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수많은 부모들이 괜히 힘들게 여행들을 다니고 나들이를 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돌아오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오늘도 부지런히 힘들을 내어서 움직이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앞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면서, 나와 아이들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말로 안타까운 부모들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야지만, 나 역시도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아진다.

이것들 말고도 작은 이유들이 더 있었지만, 대강 큰 이유들로 나눠서 적어보았다.


우리 동네 물놀이장 근처 초등학교들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략 700명 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을 합한다면 천 명은 훌쩍 넘을 것이고, 청소년들 까지 합친다면 그 인원은 꽤나 될 것이다.


그런데도, 여름방학기간 동안 물놀이장을 평일에 이용하는 이용객 수준이 15

명 안 쪽이다.

[ 이런 현상은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아무리 잘 살아도, 아무리 풍족해도,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살 수가 없는 나라.
 
아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OECD 국가 중 15년 연속 10대 자살률 1위) 나라.

"그게 바로, 우리나라다."


그리고, 그 책임은 부모인 당신들에게 있다.
이렇게 무더운 오늘도,
아이들은 물놀이 대신에 학원으로, 독서실로 향하고 있다.

잊지 마라.
몇 년 후 그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아이들이 기억하는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 사진출처 : Unsplash의 Vitolda Kle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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