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는 주말에 친구 만나서도 일 생각을...♡"
실전대사집의 가장 첫 번째는 "주말"과 "친구"를 조합한 대사다. 이 대사는 꽤나 효과적이고 다양한 변주를 통해 여러번 응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해왔던 대사다.
대사를 쓰는 상황은 주로 상사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보고를 할 때다.
"아, 안그래도 제가 주말에 친구들한테 얘기해봤는데요, 서비스에서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하다고 하더라구요." 라든지, "주말에 친구들 만난 김에 살짝 저희 이벤트 안을 보여줬는데, A안으로 하면 더 참여하고 싶다고 대부분 얘기하긴 하더라구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이 대사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로 짧게 덧붙였을 뿐인데 마치 작은 설문조사를 한 것같은 신빙성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대체로 상사들은 40대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20대 30대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에 매우 관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안이나 방향으로 유도할 때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가 더 큰 효과라고 생각하는데, 은연 중에 저 발언을 뱉는 직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성된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서도 일에 대한 고민을 한다" 는 포인트다. 물론 아무 생각 없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런 포인트 하나하나가 쌓이다보면 충분히 누적된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
늘 똑같이 말하긴 그렇고, 부모님과 얘기해봤다든가, 생각난 김에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한 번 물어봤다든가, 여자친구하고 한 번 테스트를 해봤다든가 이런 변주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다. 사들은 꼭 회의나 보고 때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나 식사시간 등에 소프트 토크를 할 때에도 효과적이다. 심각한 업무에 대한 내용이 아니어도 괜찮다.
포인트는 이 직원은 퇴근 후에도 업무에 굉장히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상사, 특히 임원들이 좋아하는 직원은 자기들의 고민 영역에서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 자기네는 퇴근도 없이 고민하는데 직원들은 퇴근하면 휭 하고 사라지고 잊어버리는 것이 늘 아쉬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포인트가 먹히면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금 더 말을 들어주게 된다.
이 대사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계기는 실제로 나의 실장(임원급)이었던 사람이 다른 보고를 하던 차에 나도 있던 자리에서 다른 직원에게 누구는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라도 물어보고 하더라는 식의 말로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물론 듣는 나는 민망했지만 그런 말들이 저렇게 기억에 남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런 사람이면 더 좋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말에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도 듣고, 퇴근 후에도 일과 관련된 고민을 얘기하는 사람이면 굳이 이런 대사를 볼 필요도 없이 이미 잘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과 평가는 그렇게 순진하지만은 않고 누구나 열심히 살 수는 없다. 최소투자, 최대결과를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영악하게, 또 요령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는 거짓말일 지라도 작은 수식 하나가 나의 발언권을 높여주고 신뢰성도 높여준다면? 나아가 나라는 직원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볼만한 대사다. 주말에 친구들과 얘기해봤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