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을 보며 슬퍼지는 건 우리의 미래 같아서일까”
2019년을 그린 30여 년 전 영화를 2019년에 본 것부터 묘했다. 하지만 끝까지 본 기분은 더 묘했다. 아니 슬펐다. 두 시간 내내 본 것이 적을 무찌르는 액션이었던 건지, 그냥 씁쓸한 우리의 미래를 본 것인지 모르겠다. 먼저 적으로 나오는 리플리컨트들이 정말 우리를 위협하는 적인가? 아니면 그들도 개체를 보존하려는 본능으로 몸부림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데커드를 포함한 그들을 처단하는 블레이드 러너도 사실 리플리컨트 아닐까? 란 의심을 하며 봤는데, 그런 얘기는 없어 인간이라도 봐야겠지만 사실 리플리컨트라고 해도 말이 안 될 건 없어 보였다.
수많은 영화들이 복제인간, 로봇에 대해 다루지만 이 고민의 어려움과 깊이는 오히려 블레이드 러너 쪽이 더 어렵고 깊어 보인다. 일단 인간과 똑같이 생겼기에 마음은 흔들린다. 복제인간이라는 걸 알지만 사랑에 빠지는 데커드가 과연 비이성적이거나 바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십 가지 질문에 대한 반응으로 복제인간을 구별한다는데 믿을 수 있을까? 죽이고 나서 야인 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복제인간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 걸까. 이 수준이 와버리면 인간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액션 자체는 유치하지만 계속 내리는 비와 함께 디스토피아를 표현한 영화의 분위기는 지금 봐도 훌륭하다. 아시아 번화가의 뒷골목을 많이 차용한 듯하고, 여전한 코카콜라 전광판은 판타지지만 매우 실제적 고민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현실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아무튼 서로 쫓고 쫓기는 액션처럼 보이던 영화가 마지막 데커드와 로이의 격투씬, 그리고 로이의 마지막 순간의 대사들은 너무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출되어 그가 내뱉는 슬픈 마지막 말들의 비극이 더 처참하고 안타깝게 다가왔다. 지적인 질문, 이성적인 고민들을 다루지만 애절한 사랑과 존재론적 슬픔을 잘 담아낸 감성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