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로 알게 된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
안양천으로 탐조를 갔다가 어떤 새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새였다. 나와 3m 거리가 채 안 되는 곳에 가만히 있길래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다. 온몸이 갈색빛에, 눈과 부리 근처는 약간 녹색빛을 띠었다. 백로과처럼 큰 것도 아니고, 까치나 비둘기처럼 작은 것도 아니어서 무슨 새일까 궁금했다. 가만히 지켜보길 몇십 분, 결국 자취를 감췄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귀여운 새를 정신없이 바라보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집에 와서 '대체 그 새는 뭐였을까' 싶어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다. AI한테도 물어봤다. 그때는 탐조를 시작한 지 며칠 안 됐을 때라 도감도 없어서 막막했다. 그나마 비슷하게 생긴 새는 '검은댕기해오라기'였다. 안 닮은 것 같은데.. 그나마 이게 제일 비슷하니까 맞겠지?
정체를 알게 된 건 혼자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탐조 관련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였다. 궁금증을 못 이기고 이 새가 뭔지 물어봤는데, '해오라기 유조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격이었다. 어린 새는 다 큰 새와 생김새가 다를 수 있구나!
해오라기 성조는 사람들이 농담으로 펭귄이라고 부르는데, 전체적으로 색이 하얗고 날개와 머리 쪽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발견한 새가 해오라기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같은 종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당연히 생김새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착오였다.
이후에는 같은 새여도 생김새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탐조를 하기 시작했다. 유조와 성조의 생김새는 달랐다. 잘 보면 행동도 조금씩 달랐다. 또한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구분을 해야 한다. 물론 같은 수컷 성조여도 다를 수 있다.
돌이켜보면 탐조인으로서 성장하는 단계를 거친 것이었다. 탐조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 새가 그 새 같고, 비슷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백로'라고 불렀던 새들이 쇠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등...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한번 놀랐다. 같은 해오라기여도 유조는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번째로 놀랐다. 살아오면서 분명 무수한 새를 마주쳤을 텐데, 다 비슷하고 똑같은 새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은 깨달음은 내 시야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실 사람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출퇴근길에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나의 배경이나 엑스트라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 모두 새처럼 각기 다른 이름과 이야기, 개성을 갖고 살고 있다. 내가 쌍안경을 들여다보아야 겨우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암컷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을 채우는 무수한 사람들도 유심히 관찰해야만 비로소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다가온다. 그 개별적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 탐조를 하며 성장한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도 덤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같은 새여도 다르게 생겼어?"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그럼 사람이랑 똑같지."
덧붙이는 이야기
충남 태안에서 찍은 괭이갈매기들. 잘 보면 온몸이 갈색인 친구들이 있다. 바로 괭이갈매기 유조이다. 처음에는 다른 종을 발견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가족이라서 같이 모여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