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가 취미인 사람 처음 봐요

철없는 탐조 생활

by 오리엘

회사에서 친한 과장님께 요즘 새를 보러 다닌다고 했다. 쌍안경을 사서 새들이 앉아있거나,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다고 말했다. 과장님은 너무 멋지다고 하더니 "새 보는 게 취미인 사람 처음 봐요."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를 덧붙이셨다. 아차차, 요즘 들어 탐조가 유행하는 것 같았는데 메이저는 아니군.


탐조 생활이 멋지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 결혼은 못 하겠다'라며 웃는 분들도 있었다. 마음속으로 눈을 흘겼다. 새를 무서워하는 엄마는 '네 자식뻘이 가질만한 취미를 네가 하고 있다니'라며 새타령 좀 그만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큰소리로 새타령을 불렀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돌이켜보니 철없는 딸이긴 하다.






어렸을 때 나도 소위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의아했다. 사실 이상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생산적이지 않은 취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당장 바로 옆에서 밤새도록 게임을 하던 진성 게이머 동생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까지 열광하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30대에 탐조를 시작하고 나서야 동생이 말하는 취미의 행복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아침 휴가를 쓰고 가까운 공원에 탐조를 갔다. 새가 무척 많았다. 전봇대에 앉아있는 물까치부터, 물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쇠백로와 쇠물닭까지 보여서 신이 났다. 그러다가 원앙을 처음으로 봤다. 어떻게 이렇게 화려한 새가 있지. 너무 예뻐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무슨 새인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쌍안경으로 바라보았다.


KakaoTalk_20251005_133907910.jpg 화려한 원앙 수컷들 ⓒ오리엘



그리고 출근 후, 원앙 수컷의 화려한 모습을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싶었지만 당장 그 기쁨을 공감해 줄 사람이 없었다. 탐조를 '이상한 취미'로 보는 시선 속에서,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외로움. 그제야 어릴 적 동생의 감정이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어서 동생이 고백하길 어렸을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가족도 같이 해주길 바랐다고 한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외로웠다고 했다. 동생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와닿는다. 내가 탐조에 가서 발견한 새가 얼마나 멋진지, 그 벅찬 마음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귀여운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 동생이라 그런지 내가 진지하게 탐조 생활하는 것을 이해해 주는 편이다. 원앙 얘기를 했더니 자신도 학교 다닐 때 근처에 수목원이 있어 새를 많이 봤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보내주는 새 사진에 공감해 주고 가끔 벌새 코 고는 모습 같은 웃긴 새 영상을 보내주는 동생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긴 세월이 지나 비로소 동생을 이해하게 되니 나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졌다. 탐조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이상한 취미'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순수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과는 달리 생산적이지 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도 이해하고 호기심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나라는 남자는 안 만나고 새를 보러 다니다니, 정말로 철없는 딸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고요한 자연 속에서 나만의 행복의 날개를 찾는, 철없는 탐조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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