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글쓰기 책 쓰기
오늘은 아침 글쓰기에서 글 작업을 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을 안 하면 또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짐을 하고도 아침에 잠깐 어제 출력해 둔 글을 고치고 있었는데… 몸과 마음이 불편해서 그만두었다.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양팔과 손이 저렸다. 짧게 할 일도 아니고 길게 할 일인데 내가 나를 이렇게 혹사시켜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쓸 수 있는 글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게 되겠지. 어차피 알고 있는 내용이니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 다시 고쳐쓸 수 있을 테다. 오히려 지금은 그 글에서 멀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작가들은 자신의 글에서 멀어지는 동안 무얼 할까.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간은 기존에 초고가 있는 글을 퇴고하는 것만 계속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어젠 그냥 새 글을 쓰고 나서 보니 글을 쓰고 퇴고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일을 하루 종일 반복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건 이 글을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그만두겠다는 말하고도 같은 것이었다.
글을 쓰면 떠나야 한다. 그곳에 두고 얼마 동안이라도 멀어져야 한다. 어제의 나는 그것을 하지 못했다.
글을 읽고 판단을 도와줄 조력자가 없었음을 탓해볼 수도 있다. 어제는 남편이 집에 늦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남편이 계속 날마다 글 수정 작업에 참여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로 살기로 마음먹은 이상, 내가 쓰고 나 혼자서 결정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작가는 그저 홀로 고독하게 문장을 질리도록 여러 번 곱씹어 보는 사람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주말의 퇴고 작업이 외롭지 않았던 건 남편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골라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의 작업 환경이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나만의 판단능력을 갖춰야 한다. 혼란스러울 때면, 그만큼 글에서 멀어질 수 있는 용기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책상 앞으로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야 한다.
글쓰기는 많이 해보았지만 책 쓰기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어제, 글 하나만 쓰려다 무리해서 두 개의 글을 쓰게 되었던 것은 그 두 개의 글에 겹치는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특정 내용을 어떤 글에 넣으면 좋을지 보기 위해 글 두 개를 썼다.
오늘은 또 어떤 문장이 떠올랐다. ‘통증은 내가 극한에 치닫지 않도록 신호를 보냈을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이다. 이 글은 어제의 글에 넣어도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쓰지 않은 글 a 혹은 b에 넣어도 좋을 것 같다. 결국 그 글들을 다 써보아야 저 문장을 어느 글에 넣을지 알 수 있다. 그냥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이라면 지금 넣고 다음에 또 넣어도 별 상관이 없을 텐데 책을 쓰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글쓰기와 책 쓰기가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
하나의 문장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글 세 개를 살펴봐야 하는데 글 두 개는 쓰지 않은 글이다. 순차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 문장 하나 때문에 갑자기 그 글 두 개를 쓸 수도 없다. 그저 기억하고 몇 달 후 그 글을 쓸 때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걸 마음속에 담고 있다 몇 달 후에 다시 고민해야 한다니, 세상에 책 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날엔 그날의 글만 생각하자고 다짐한다. 하루에 하나의 글만, 혹은 하나의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차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한 걸음을 걷긴 하지만 자꾸 지도를 보게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모두가 책 쓰기라는 정상에 오르기까지 계속 헤매고 지치고 쉬다가 다시 힘내고 그날의 걸음을 걷는 것이겠지?
오늘은 글에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