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 만할까. 살 만함을 느낄까. 머리가 아파오고 가려움이 올라온다. 흐르는 땀에, 불어오는 바람에 피부가 가려워져 와 이내 괴로워진다. 사람들은 즐겁다. 친구를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가족을 만들고, 쇼핑을 한다. 평일의 쇼핑센터는 온갖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사람들은 살 만해 보인다.
나는 언제쯤 살 만해질까.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언제쯤 느끼게 될까.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더 이상 버티지 않게 될까.
아무런 고통이 없는 하루를 꿈꾼다. 불안도, 통증도, 가려움도, 두통도 없는 하루가 오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살 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일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저 오늘 하루가 끝나기 만을 기다린다. 오늘치의 고통이 종결되고 고통이 없는 분명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잠은 얼마나 짧은가. 잠이 끝나고 시작되는 하루엔 또 어떤 고통들이 산재해 있는가.
고통과 함께 공존하는 삶이 지긋지긋해져 이제 떠나고만 싶다. 고통이 없는 곳으로, 살 만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죽기 전에 느껴보고 싶다. 그걸 모르고선 억울해서 죽지도 못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 오고 그가 기뻐할 것을 상상해보는 것은 삶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나를 몇 시간 더 살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몸의 고통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몸은 몸이고 마음은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매일도 이보다 덜 괴로운 몸으로 맞이해보고 싶다. 나의 고통에 대해선 그만 얘기하고 둘의 이야기로만 행복해보고 싶다. 그게 살 만한 인생이라면 그 인생도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