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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Aug 18. 2022

초보 작가의 글쓰기 고민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쓰다가 누군가는 반드시 읽어줄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은 큰 변화다. 그 사이에 마음의 변화가 전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키는 대로 써왔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때, 물리적으로 쓰는 것이 가능할 때 글을 썼다. 어찌 됐든 쓰던 글의 큰 결말은 지을 생각이었지만 어떤 약속이나 마감도 없었기에 그런 것이 중요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글의 연속성이라든가 완성 기한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썼다. 규칙적으로 쓰거나 매일 글을 쓰는 건 내 일상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약속이 생겼다. 마감기한이 생겼다. 이 글을 반드시 끝마쳐야 한다는 견고한 계약이 생겼다. 그저 되는 대로 글을 써오던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 질서 없는 나의 글쓰기 생활에 어떤 질서를 어떻게 부여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일단 날마다 써야 하나? 많은 글쓰기 책이나 관련 글들은 글쓰기를 달리기 선수가 매일 훈련하듯 날마다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매일 쓴다라.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 두려워졌다.


그러면 나는 내가 써야 하는 글의 어떤 목차에 해당하는 글을 써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일기를 쓰는 것도 매일 글쓰기의 ‘글’에 해당될 수 있는 걸까? 달리기 선수는 그저 달리면 될 텐데 글쓰기는 목적어가 항상 달라질 수 있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나는 바로 작품에 돌입해야 하는 걸까?


작품에 돌입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이 그렇다. 그런 날에 ‘매일 글쓰기 훈련’을 지킨다며 무작정 작품의 원고 쓰기에 돌입할 수는 없을 노릇일 것이다.


그러면 그런 날엔 이렇게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글만 쓰고 있으면 되는 걸까. 이것도 아직은 원고 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원고 쓰기에 돌입한 상태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원고를 붙잡고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대체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 걸까? 원고가 안 풀리는 날에도 본인이 설정한 작업시간을 채우는 걸까? 아니면 원고 대신 다른 글을 쓰는 걸까? 아니면 아예 안 쓰기도 하는 걸까?


아무것도 안 쓰고 있는 것보단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라도 쓰는 편이 마음이 편하긴 하다.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는 것은 불안이다. 불안한 정적이다.



글쓰기 책을 하나 둘 읽으면 읽을수록 매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9월이 되면 스타트 벨이 울린 것처럼 글쓰기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글쓰기 대신 선택한 이 책들은 나를 맘 편히 가만히 있게 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9월이 된다고 갑자기 가을이 시작되는 것도 글의 요정이 내게 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2주를 기다릴 이유는 만무하지. 책들은 내게 말한다. 지금 당장 일어나 가서 글을 쓰라고. 지금 그 이야기를 글로 쓰라고.


원고를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오늘은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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