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니?
아침에 잠에서 깨어 다시 눈을 감고 꿈을 곱씹는 일이 많아졌다. 꿈에선 높은 확률로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은 꿈에 잘 나오지 않는다. 주로 아는 사람들이 출연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며칠 전에도 꿈에서 그리운 제자들을 만나 아침에 오랫동안 꿈을 곱씹었다. 경민이, 준혁이, 선재, 다들 잊지 않고 나와줬네, 하면서 반가워했다. 그 아이들을 학교에서 봤던 것이 벌써 칠 년 전인데, 마치 엊그제라도 본 양 꿈에서 본 아이들의 해사한 웃음이 좋았다.
살아가다 보면 어떤 좋은 시기가 지금 이곳에 존재함과 동시에 지나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난 그 아이들과 학교에 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기억의 파편들은 이런 것이다. 학교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바깥 책상에 나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놀던 기억.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 시답잖은 질문들을 하던 시간들. 나에겐 그런 순간이 아주 소중한 진주알처럼 마음속 주머니 깊숙한 곳에 간직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함께한 아이들을 꿈에서 다시 만났다. 꿈에서 우리가 무얼 했는지는 잠에서 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렸다. 그저 전처럼 이야기하고 웃었고 함께 있어 좋았다는 느낌만 남았다.
어떤 좋은 시기는 반드시 지나고야 만다. 상황은 변하고 같은 이들을 더 이상 한자리에서 만날 수 없게 된다. 내가 보고 싶어 한들, 아이들이 예전과 같은 사이일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그리운 아이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가장 이상적인 곳은 어쩌면 그저 나의 꿈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같은 일이라 꿈에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그 해의 아이들이 졸업 후 찾아와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운전도 제대로 못할 때라 되게 위험하게 내려줬었는데 아직도 그땔 생각하면 아찔하다. 밥을 먹으며 내 고민거리를 상담했던 기억도 난다. 한 아이는 그날은 오지 못했지만 후에 내 결혼식에 왔다. 식전에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좋은 기억들만 있는 아이들이다. 그러니 몽글몽글한 상태로 내 꿈에 찾아올 수 있는 거겠지.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액자 속에 담고 싶은 어떤 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아이들은 언제고 내 꿈에 찾아와 줄 것이다. 내 기억의 책장에 정갈하고 예쁜 책으로 꽂힌 이 책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서글퍼할 필요 없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꿈에서 또다시 만날 것이다. 살다 보면 꿈이 아닌 곳에서도, 혹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