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 Jul 05. 2022

편두통은 사람을 죽으러 가게 만들 수 있다

편두통은 사람을 죽일 수 없지만 사람을 죽으러 가게 만들 수 있다.


요새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달고 산다. 두통 때문이다. 팔이 아플 때는 팔을 떼내고 싶었다. 발이 아플 때는 발을 떼내면 되겠지. 그럼 머리가 아프면?


온갖 다짐을 하고 결심을 해도 두통이 찾아오면 그대로 무너진다.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살아서 겪는 것이 매 순간 고통이라면 살지 않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두통이 있는 동안엔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두통이 지나간 후엔 그런 생각이 어찌나 깨끗이 씻겨 나가는지. 머리가 아팠을 때 죽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주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죽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살고 싶다.


만성 편두통을 겪으며 이해할 수 없는 점 중 하나는 내가 자살사고를 갖고 있지 않은 것과는 무관하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툭 하고 튀어나온다는 사실이다. 죽고 싶은가? 아니다. 나를 해하고 싶은가? 아니다. 나는 나를 해하며 죽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단지 나를 해하는 편두통을 멈출 방법으로 내 몸의 작동을 멈추는 것보다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죽을병도 아닌데 죽는 것은 억울하다. 그깟 편두통 때문에 내 인생을 허비하고 고통 속에 매몰돼 사는 것도 억울하다. 그런데’ 그깟’ 편두통이라고? 내가 편두통을 그깟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편두통 때문에 행동이 제한된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도 행동반경을 좁힌다. 불을 끄고 시각적 요소를 차단한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을 수 있고 하루 종일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이게 그깟 것이라고?


이건 그깟 것이 아니다. 내겐 큰 문제다. 나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나의 정신건강까지 해치려 든다. 나는 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단 말이다. 근데 이따위가 뭐라고 자살사고를 내 머릿속에 올려 보내려 하는 거지?


통증이 계속되면 살고 싶지 않아 진다. 그만 살고 싶어 진다. 이를 꽉 다물고 아픈 걸 참는 것 따윈 지긋지긋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런데 이 편두통, 낯이 익지? 지난번에도 왔고, 그 전에도 왔고 또 그전에도, 또 오래전에도 왔다.


오늘 겪는 편두통은 나의 몇 백 번째 편두통일지도 모른다. 볼만큼 봤단 소리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단 소리다.


편두통연속적으로 오는  번째 날쯤 되면 ‘ 그만하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올라온다. 그만하고 싶다는   통증을 겪는  그만하고 싶다는 소리고,  방법으로 고통을 겪는 몸이 사라져야 가능함을 알고 하는 소리다. 괴로움에 지칠 때면 무의식적으로 약물 과다복용 계획을 세우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성의 끈을 잡고 계획을 중단한다. 어차피  100개쯤 먹는다고 죽지도 않고 부작용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약물 과다복용의 부작용은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포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머릿속에선  번이고 시행한 약물 과다복용 시나리오를 접는다.  다른 두통으로 눈을   없다.


하지만 지난밤과 새벽과 이 아침은 얼마나 괴로웠나. 두통으로 잠에 들고 또다시 두통으로 잠에서 깨는 날들은 얼마나 괴로운가. 편두통 때문에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긴 어떻게 가는 걸까. 때때로 나도 절실히 알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엉망인 부분은 되도록 들키고 싶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