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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 May 21. 2022

글쓰기와의 거리

나는 글쓰기와 조금 거리를 두는 중이다. 왜냐하면 글쓰기가 나를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자제하지 못하고 몸이 아플 때까지 글을 쓰는 바람에 글쓰기를 내 인생의 문젯거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의 내가 무엇을 했냐 하면 어떻게 글쓰기와 거리를 둘 것인가 하는 글을 썼다. 나는 글을 쓰고 싶고, 요새는 글을 쓰는 게 심지어 재밌기도 하고, 심심할 때는 소설을 쓰는 말도 안 되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글을 쓰며 마음이 행복해질수록 몸은 불행해진다. 요새 나의 고민은 어떻게 글을 적당히만 쓰는가 하는 것이다.


아예 안 쓰는 것에 대해 당연히 생각해보았지만 불가능하다. 명시적으로 절필을 선언했던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본격적으로 글이라 불리는 걸 쓰진 않았지만 글처럼 보이지 않게 메모를 글처럼 쓰는 걸 반복했다. 어제는 일기를 쓰는 듯 세 줄을 쓰다가 소설로 넘어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만들어 분출해내는 것이 나의 본능인 것 같아 절필 같은 단어는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지키지도 못할 말을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 주워 담기 귀찮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히만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적당한 양이란 어느 정도인가? 그 양이 날마다 같을 수가 있나? 몸 컨디션이 날마다 다르듯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날마다 다르다. 작업의 리듬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고는 나도 그러한 리듬을 가져볼까 생각해보았지만 지금의 나는 바이오 리듬조차 제멋대로다. 그저께는 새벽 세 시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했는데, 어제는 밤 열 시부터 오늘 아침 열한 시까지 딱 한 번 깬 것을 제외하고는 쭉 숙면을 취한 식이다. 이 정도로 생활리듬이 제멋대로면 일정한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리듬 따위는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작업의 리듬 같은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몸 상태는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A4 열 장의 글도 쓸 수 있겠지만, 어떤 날은 겨우 한 페이지를 쓰기도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내 몸 상태를 눈치 보듯 살피며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엔 조금 더 썼다. 그러다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돼서야 멈추는 걸 반복했다. 도저히 그전에 멈추는 걸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기준을 세우기로 한다. 몸 상태에 따라, 기분에 따라 작업량을 늘리거나 줄이지 말고 하루에 딱 두 시간만 쓰는 것이다. 오전 한 시간, 오후 한 시간. 사실 나에겐 오전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 오후 한 시간, 저녁 한 시간이어도 될 것 같다. 모래시계를 사겠다고 하니 B쌤은 다 핑계라고 했다. 휴대폰 타이머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면서 타이머를 켜지 않았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마다 타이머를 켜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사실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 놓는  자체가 나는 맘에 들지 않는다. 영감이 떠오르면  써야 하지 않나? 그럴  정해 놓은 시간이 지났다고 끊을  없지 않나? 그리고 시간을 정해 놓았는데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들도 있을  있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 계획보단 즉흥적인 영감에 의해 글을 썼기에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계속하려면 어쩔  없다.


오늘 운동을 하러 갔다 들었던 무수한 잔소리를 기억하자. 뭐든지 덜 하면서 살라는 그의 말을 기억하자. 무리하지 말고 살아라, 충분히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살아라, 앞으로 쭉 그렇게 살아라. 뭔가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다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어정쩡한 듯 애매한 상태에서 항상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할 수 있다.


글을 내 멋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내킬 때 자유롭게 언제고 어떤 양이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잠시 타오르다 사라져 버릴 불꽃이 아니라 언제든 은은한 빛을 낼 수 있는 주광색 전구이고 싶다. 그렇게 오래 글을 쓰고 싶다.


오늘의 다짐으로 나는 나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절필하려던 나는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두 시간을 얻었다.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쓰다니 이 글을 다 써가는 이 순간에도 그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머릿속에서 문장 하나가 시작되어 그 문장을 받아 적다가 결국 글 하나를 완성하곤 했던 나는 내가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머릿속에 문장이 떠올라야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없다. 하지만 확실한  내가  몸을 지켜야 글도   있다는 것이다.  몸을 지키며 글을 써야 한다. 하루에  시간을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글쓰기와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들은? 메모는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도저히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 매일 글을   있는  시간을 얻었지 않은가. 내일   시간에는  하지?  두근거림으로 밤새 글의 소재를 생각할 수도 있다.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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