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곳과 소비되는, 공간을 대하는 인간의 두 얼굴

by 피스타치오

머무는 곳과 소비되는 곳 — 공간을 대하는 인간의 두 얼굴
모텔을 인수하고 첫 도어록을 열었을 때, 나는 막연한 낙관론에 젖어 있었다. 어차피 같은 숙박업이 아닌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그 대가를 받는 본질은 같으니, 공유숙박에서 쌓은 나의 노련함이 모텔에서도 유효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오만함이 산산조각 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발을 들인 이곳은, 내가 알던 그 친절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먼저 나를 당혹게 한 것은 공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공유숙박의 손님들은 공간에 조심스러웠다. 그들은 문을 닫을 때 손잡이를 끝까지 돌려 소음을 줄였고, 수건 한 장을 쓸 때도 누군가의 살림을 빌려 쓴다는 무의식적인 배려를 보였다. 그곳은 누군가의 취향이 깃든 '집'이었고, 손님들은 그 공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머묾'의 미덕을 발휘했다.



하지만 모텔이라는 간판 아래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공간은 철저히 '소비'의 대상이었다. '호텔'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묘한 허용과 '잠깐 쓰고 가는 곳'이라는 인식은 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 문은 더 거칠게 닫혔고, 물건은 비명을 지르며 망가졌다. 침구는 닳아가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거칠게 소비되었으며,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 수건들은 매일같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것은 손님 개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숙박의 '구조'가 만들어낸 인간의 민낯이었다. 공유숙박이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감성적 영역이라면, 모텔은 지불한 비용만큼 공간을 철저히 소모하겠다는 '권리'의 영역이었다.

방의 개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매출의 숫자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사건의 밀도가 수십 배로 촘촘해진다는 뜻이었다. 공유숙박에서 몇 달에 한 번 일어날 법한 황당한 사고들이, 모텔에서는 출근과 동시에 마주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때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이곳은 사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운영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했고, 감성이 아니라 시스템이 절실했다. 사람을 믿고 배려를 기대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이기심과 부주의를 미리 계산하고 대비해야 하는 냉혹한 전장이었다.

나는 더 이상 다정한 호스트로만 남을 수 없었다. 감성의 몽상을 걷어내고, 규칙과 시스템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입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사람을 믿는 사업가'에서 '사람을 대비하는 사업가'로 변모해 갔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비로소 진짜 사업의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서글프고도 강렬한 신호탄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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