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가 마모되는 속도, 내 마음이 닳아가는 온도

by 피스타치오


모텔 운영의 일상은 '소모'와 '교체'의 무한 루프였다. 가장 먼저 나를 가르친 건, 무언가 망가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서글픈 생존 본능이었다. 하얀 호텔식 이불은 내 생각보다 훨씬 무력하게 찢어졌고, 빳빳했던 침구들은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누렇게 변색되거나 올이 풀려 나갔다.

처음엔 그 하나하나에 마음이 베였다.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이 지경이 되었을까?"라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수건 한 장, 이불 한 채에 깃든 나의 자산적 가치와 애정을 손님들은 너무나 가볍게 취급하는 것 같아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은 특정 개인의 악의라기보다, '모텔'이라는 공간이 가진 태생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괏값이라는 것을.

진짜 문제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건은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사람에게 긁힌 마음은 새것으로 교체할 수가 없었다.


사람, 사람, 그리고 또 사람. 상식의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는 요구들, 아무리 정중히 설명해도 벽에 대고 말하는 듯한 무력감, 새벽 3시의 고성방가. 공유숙박에서는 결코 겪어보지 못한 거친 파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카운터를 집어삼켰다. "내가 왜 이런 일까지 처리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마다 내 신경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졌고, 잠은 점점 짧아졌다.

그때 깨달았다. 사업의 확장이란 단순히 매출 규모나 체력을 키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의 감정 근육을 찢고 다시 붙이며 '단련'하는 과정이었다. 침구가 마모되는 속도만큼이나 내 마음도 닳아가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마찰면은 점점 더 매끄럽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이토록 지독한 감정의 소모전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이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공유숙박이라는 아늑한 온실 속에만 머물렀다면, 나는 결코 이토록 선명한 세상의 결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다양함이 주는 경이로운 민낯과, 인생이 가진 비릿하고도 뜨거운 날것의 냄새를 모텔 카운터가 아니면 어디서 배울 수 있었을까.


사업의 확장은 결코 몸이 편해지는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을 대가로 시야를 넓히는 고독한 순례였다. 내 마음이 닳아 없어진 자리에, 예전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빈터가 생기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닳아지며, 동시에 조금씩 더 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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