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의 심판대 — 경찰과 범죄 사이, 고독한 책임

by 피스타치오


세상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 3시.

고요를 찢고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는 숙박업자에게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은 순간,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쏟아졌다. 자신들이 경찰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내뱉은 단어는 내 심장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납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에어비앤비로 들어온 예약자 중 한 명이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니, 당장 마스터키를 내놓으라는 명령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화면 너머 CCTV 속의 그들은 제복이 아닌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었다. 그들이 진짜 경찰인지, 아니면 경찰을 사칭한 범죄자들인지 확인할 방법이 내게는 없었다.

"시간 끌면 안 됩니다! 여기서 불미스러운 일 생겨도 책임질 수 있겠어요?"

설명 대신 협박이 돌아왔다. 나는 운영자였고, 동시에 이 공간에 머무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였다. 마스터키를 건네는 순간, 그 방뿐만 아니라 이 건물 전체의 보안이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사칭범이라면? 내가 건넨 키가 누군가를 죽이는 흉기가 된다면? 하지만 정말 납치라면? 1분 1초가 흐를 때마다 나는 지옥의 양 갈래 길에서 찢겨 나가고 있었다.



복도에서는 쿵, 쿵, 쿵 하는 무거운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경찰이라는 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벽을 타고 전 객실로 번져 나갔다. 이윽고 다른 객실들에서 항의 전화와 메시지가 빗발쳤다. "무슨 일이냐", "왜 이리 시끄럽냐", "당장 해결해라." 한 손에는 협박하는 경찰의 전화를, 다른 손에는 분노한 게스트들의 전화를 든 채 나는 말 그대로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그 아수라장은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지속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공권력의 압박과 쏟아지는 게스트들의 비난 사이에서, 나는 사장도 강사도 아닌 그저 '판단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연약한 인간'일뿐이었다. 결국 문이 열리고 드러난 진실은 허망하게도 '납치 아님'이었다.


오인 신고였다는 짧은 한마디로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내 영혼은 정리되지 않았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엔 처참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의 소란을 참지 못한 게스트들은 숙박 어플에 독설이 섞인 후기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평점은 곤두박질쳤고, 내가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한 시간 반은 '무능한 운영자의 통제 불능 상태'로 기록되었다.


나는 규정을 지켰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선택의 대가를 오롯이 나에게만 청구했다. 억울함은 어디에도 증명할 수 없었고,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았다. 숙박업이라는 세계는, 아니 이 거친 사업의 현장은 아무리 옳아도 항상 보호받지는 못한다는 비릿한 진실을 그 새벽 나는 온몸으로 배웠다.

며칠 동안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아주 작은 진동 소리에도 몸이 먼저 반응해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지독한 경험이 내 시야를 더 날카롭게 벼려놓았음을 느낀다. 이 세계는 예상으로 운영되지 않고, 설명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오직 이 무거운 판단의 순간을 직접 겪어낸 사람만이 다음 단계의 선택을 할 자격을 얻는다.

새벽 3시의 그 고독한 선택.

나는 여전히 그날의 나를 믿는다.

그리고 그 모호한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금 숙박업이라는 거친 바다로 노를 젓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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