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표심 Dec 30. 2023

종교집단 부부 암매장 : 다른 안경을 끼면 달리 보인다

합리적 안경으로 들여다보기

암매장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자가 먼저 죽었고, 암매장되었다. 세 시간 후 그의 아내도 죽었다. 재산 문제가 문제가 섞여 있는 이 사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집단 공동체 경제적 기반


  한 종교집단 신도들은 집단공동체 생활에 들어갔다.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그 집단에서 무엇을 만들어 팔든지 아니면, 자신들 사유재산을 헌납해야 했다. 신도들은 재산을 팔아 교주에게 바쳤다. 그 종교집단은 그것으로 일단 잘 꾸려 갈 수 있었다. 재산은 집단을 경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했다.


  신도들이 전 재산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살아생전 종말이 닥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중요 교리였다.


  신도 중에는 종교 신념이 약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어떤 부부도 자기들 땅을 팔았다. 토지를 팔고, 받은 돈의 일부는 만일을 위해 숨겨 놓았다. 많은 부분을 교주에게 바쳤다.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남편 암매장


  돈이 좀 모자란 듯하자, 빼돌린 것이 아니냐고 주변에서 수근거렸다. 돈을 가져 온 남편에게 교주가 물었다.  

 "왜 사탄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령을 속였지? 이게 땅 판 돈 전부야? 왜 일부를 빼돌렸어? 팔기 전에 그 땅은 네 것이었지? 판 뒤에도 그 돈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었잖아?" 

  계속해서 교주가 꾸짖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품었어? 네가 속인 것은 사람이 아니야. 하느님을 속인 거야."


  이 말이 떨어지자, 남편은 그 자리에서 거꾸러져 죽었다. 


  돈을 덜 가져왔다고 하느님이 죽였을까? 현장에서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남편이 죽었다는 비보를 아내에게 알리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남편 시체를 아내 몰래 암매장했다. 사전에 암매장은 '남몰래 시신을 파묻음'으로 돼 있다.


  남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죽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믿어야 할까? 정말 하느님이 죽였을까?


아내 암매장


 3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아내가 교주 앞에 섰다.


  교주와 추종자들은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알리지 않았다.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어디에 묻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돈에 대한 것만 관심사였다.


  교주는 남편에게 했던 방식으로 아내에게 돈 얘기를 꺼냈다. 아내에게 물었다.

  "너희 부부가 땅을 판 돈이 이게 전부야?" 


  "네, 전부입니다" 아내가 대답했다.


  "어쩌자고 너희들이 짜고 성령을 떠보는 거야? 자, 네 남편을 땅에 묻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지금 막 문밖에 왔다. 이번에는 너를 메고 나갈 차례야" 


  교주는 아내를 저주했다. 죽어 마땅하다는 투로 아내가 죽을 차례라고 소리쳤다. 교주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미리 알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아내를 살릴 생각을 왜 하지 않을까? 둘 다 죽으면 숨긴 돈까지 모두 그 종교집단 것이 되기 때문일까?


  교주의 말처럼 아내도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남편과 같은 모양으로 거꾸러져 죽었다. 남편을 암매장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은 아내를 남편 옆 자리에 묻었다. 두 사람이 한 날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따뜻한 온기가 있는 시체를 바로 매장하는 모습. 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친척들에게 죽음을 알려 애도하는 3일장이나 5일장 같은 것은 없었다. 죽자마자 바로 묻었다. 이렇게 비정한 일들이 종교집단에서 자행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 종교집단에 공포가 몰아쳤다. 그 집단 신도들은 이제 '자기 재산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보고 들었다.


신흥종교 초기 상황

 

  위 이야기에서 교주의 이름은 '베드로'이다. 교주라고 부르기가 좀 그러면, 교주대신 '종교집단 수장'이라고 불러도 된다. 베드로가 교주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수장인 듯 보인다. 두 부부 중 남편의 이름은 아나니아, 아내의 이름은 삽피라이다. 신약성서 중 역사서로 분류되기도 하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성서를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 기독교 신앙인은 성령 하느님이 두 부부를 본보기로 죽였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정말 재산문제로 하느님이 노여워했을까? 의문이다. 종교의 수장에게 재산 중 일부만 바치면 바로 하느님을 속이는 일이 되는 것일까? 그러면 종교의 수장은 곧 하느님과 동등한 레벨이라도 되는 것일까? 하느님도 속으실까?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성서 사도행전 5장의 '아나니아와 삽피라 편'. 기독교가 신흥종교였던 초대교회 시절 발생한 의문의 부부 죽음 암매장 사건이다.


  이 재산에 얽힌 이야기는 오늘날 신흥종교에서 발생하는 암매장 사건들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한다면 어떠한 결론에 이를까? 탁하니 억했다는 말을 믿고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할까? 아니면 종교집단 암매장 사건으로 다룰까.


  이 글은 호기심과 소설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들은 그냥 소설이다 생각하고 넘기면 된다.


  어짜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공동번역 사도행전 5장 1절 - 11절 >

아나니아와 삽피라


1  그런데 아나니아라는 사람은 그의 아내 삽피라와 함께 자기 땅을 판 다음

2  의논한 끝에 그 돈의 일부는 빼 돌리고 나머지만 사도들 앞에 가져다 바쳤다.

3  그 때에 베드로가 그를 이렇게 꾸짖었다. "아나니아, 왜 사탄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령을 속이고 땅 판 돈의 일부를 빼돌렸소?

4  팔기 전에도 그 땅은 당신 것이었고 판 뒤에도 그 돈은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오? 그런데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품었소? 당신은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속인 것이오!"

5  이 말이 떨어지자 아나니아는 그 자리에 거꾸러져 숨지고 말았다. 이 말을 들은 사람마다 모두 두려워하였다.

6  젊은이들이 들어 와 그 시체를 싸 가지고 내어다 묻었다.

7  세 시간쯤 뒤에 그의 아내가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들어 왔다.

8  베드로가 그 여자를 불러 놓고 "당신들이 땅을 판 돈이 이게 전부란 말이오?" 하고 묻자 "예, 전부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9  "어쩌자고 당신들은 서로 짜고 주의 성령을 떠보는 거요? 자, 당신의 남편을 묻고 돌아 오는 사람들이 지금 막 문 밖에 왔소. 이번에는 당신을 메고 나갈 차례요" 하고 베드로가 말하였다.

10  그러자 그 여자도 당장 베드로의 발 앞에 거꾸러져 숨지고 말았다. 그 때 그 젊은이들이 들어 와 보니 그 여자도 죽어 있었으므로 떠메고 나가 그 남편 곁에 묻었다.

11  온 교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몹시 두려워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