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을 보았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가요?"
"단점으론 조금 소심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신속하게 밀어붙이는 맛이 없지요."
"음~ 그래요? 장점은요?"
"네, 소심함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소심함이라고요?"
"네, 소심함입니다. 소심하니까, 요모저모 따져보게 돼요. 섬세함으로 탈바꿈하지요. 실수가 적고, 일처리가 야무지면 단점이 장점으로 변하니까요."
"오호"
40대 초반 누가 내게 물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냐고. 지금에야 별수롭지 않은 말이지만, 당시에 질문자는 내 말을 듣고 신기하다는 듯 나를 봤다.
장점과 단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개인의 특성이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하고,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장점, 단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의 특성이 있을 뿐. 자신의 특성을 알고, 꼭 맞는 상황에서 좋게 발휘하면 장점이라 불러주는 것일 뿐이다.
장점과 단점은 손바닥 앞뒤면이고 같은 것이다.
장단점에 대한 중앙일보 2017.4.1자 홍준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기사도 참고할 만하다.
2017년 신문을 읽고, 자신의 단점이 없다는 말에 깜짝 놀라 홍 후보를 생각해 보았다. 농담일 수도 있지만, 깊게 생각 않고 말하는 그의 특성이 반영된 것일까. 자기 성찰이 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했다.
<홍준표 후보 자기소개서>
그는 ‘단점을 하나 꼽아 달라’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이발하는 거 싫어하는데…”라고만 말하더니 결국 “난 단점이 없다. 그렇게 써 달라”고 말했다.
· 단점 물어보자 ‘없다’ 가장 아픈 말 ‘강성 이미지’, 중앙일보, 2017.04.01 일부 인용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장점과 단점은 실용적 관점에서 본 개별 특성일 것이다.
내 특성은 무엇일까? 오늘의 운세나 손금 등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신문의 운세 코너엔 띠별 연령별 특성에 따른 조언이 들어있다.
나는 정해진 운세라는 것은 믿지 않아, 신문 오늘의 운세 코너는 30대까지 외면했다. 그렇지만,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다니는 게 능사는 아니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니다가는 점점 편협한 인간이 될지도 몰라. 그러면 안 되지. 마음을 달리 먹었다.
앞으론 뭐든지 외면하지 말자. 금기시했던 것들도 관찰해 보자.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을 무서워하면서, 눈을 감지 말자. 내 생각과 반대되는 것들도 두 눈 뜨고 바라보자. 피했던 게 뭐였지?
풍수지리, 관상, 주역점, 토정비결, 사주명리학, 오늘의 운세 등등.
접해보니, 오늘의 운세도 별게 아니었다. 그 나이대에 맞는 좋은 덕담이나 조심하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피할게 아니구나.
수년 전 삼척 가족여행을 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기계에 천 원을 넣고 과감히 손금을 봤다. 컴퓨터가 내 속성과 운세를 인쇄해 주었다. 오, 내 상태와 비슷하네. 쓸만한데.
다른 손금 기계는 어떻게 말해줄까? 비교해 보자. 돌아올 때는 다른 휴게소 손금 기계에 손을 다시 넣었다. 다른 내용이 나왔다. 음. 기계도 기계별 특성에 따라 내 손금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구나. 그럼, 뭐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네.
그때 본 손금에는, 전체 운세와 사업운·재물운·애정운·결혼운·건강운 등이 인쇄돼 나왔다.
주로 내 성격의 특성에 따른 주의사항이나 충고 등 인생의 가이드라인이 들어있었다.
그 이후 가끔 휴게소에 들르면, 손금 기계를 찾아본다. 천 원 한 장으로 나 자신의 특성을 돌아볼 수 있고, 기계별 특성 또한 알아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7일. 마포에서 반가운 손금 기계를 발견했다. 얼른 천 원을 넣었다. 또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기대 만빵이야. 손금 기계가 내 장점을 칭찬해 주겠지.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 살 맛나잖아. 기계의 칭찬에도 목말라 있었던 걸까.
우스운 일이다.
인쇄된 종이가 나왔다. 내 손금의 특성을 읽어 보니, 나름 일관성이 있었다. 생각이 많다는 특성이 손금에서 읽혀 나왔다. 내가 듣기 좋은 말을 써놔야, 손금 장사가 잘 되겠지? 이 프로그램은 어떤 말을 써서 나를 기쁘게 해 줄까? 좋은 말 해 주면, 다음번에 한 번 더 올게.
손금 프로그램이 내게 해 준 말.
'합리적이다, 기발하다, 낡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기 생각이 있다.'는 장점으로 보였다.
'너무 생각이 깊다. 집착한다. 자기 생각으로 독주한다.' 이건 단점이다.
아래처럼 (a), (b) 연이어 조언해 준다.
· (a) 합리적이고, 기발한 발상을 잘하고, 낡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충실히 행동합니다.
· (b) 매사에 너무 생각이 깊고, 집착하나, 앞뒤 가리지 않고, 독주해 버리는 일도 있어, 의도와는 달리 문제를 자주 일으키기도 합니다.
운세 프로그램은, 자기 생각이 합리적이라 믿고 독주하기 쉬우니 배우자등 '주위 말을 들으라'고 충고한다. 이 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당신은, 항상 자기 생각만 옳아요."
아내가 내게 충고하던 말이 떠올랐다. 프로그램은 의사가 되기도 하면서 조언을 계속 한다.
· 어려서부터 생각이 많으니, 잠을 푹 못 자고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다. 소화기가 약하니 다른 장기인 심장도 약할 가능성이 있다.
· 생각을 많이 하니,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하체 운동하라
· 앉아서 생각만 하지 말고 여행도 자주 하면서 넓은 세상을 보라
· 잡다한 생각 때문에, 판단력과 선견지명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재능을 잘 활용하라
손금 운세는 미래를 점친다기보다 나의 손금에 차트화 된 특성을 읽어보는 것과 같다.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과거가 어떠했고, 또 미래는 그런 특성에 따라 어떻게 될 확률이 있는지 일반적인 내용을 말해준다.
한편, 손금풀이를 읽으면, 내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옳거니 한다. 내가 듣고 싶은 내용에 반가워한다. 내 특성이 장점으로 보이는 문장을 찾으려고 눈을 크게 뜬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길 원하는 나의 다른 특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쨌든 특성을 알아 장점을 확대하면 도움이 된다. 단점은 보완하면 되고.
귀신의 장난에 미래를 맡기려는 어리석은 생각만 안 하면, 손금·운세·사주명리학 등은 나를 아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ps 그런데, 애정운은 왜 이 모양일까.
한 번 달아오르면 열렬히 사랑하지만,
부부생활은 원만치 못하다.
순수하고 솔직한 이성이 어울린다.
요즘 들어, 아내의 지적에 내가 자주 화를 내고 다투는 이유가 내 특성 때문이었네.
2021년 07월 07일(水) 18시 59분
운세(運勢)
합리적이고 기발한 발상을 잘하고, 낡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충실히 행동합니다. 매사에 너무 생각이 깊고, 집착하나, 앞뒤 가리지 않고 독주해 버리는 일도 있어, 의도와는 달리 문제를 자주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중년 이후 생활에 여유가 있고 더욱 활력이 넘쳐, 하는 일마다 재물이 불어나며, 장애물이 생겼다가도 스스로 흩어지니, 급한 마음을 버리고, 대인관계에 관심을 두고 노력할 시기입니다.
사업(事業), 재운(財運)
편안하고 평범하게 생활하기를 원하나, 주위의 권유와 유혹이 많습니다. 성품이 온화하고 끈기도 있으며, 재능도 여러 방면에 뛰어나, 매사를 매끄럽게 잘 처리하고 발전시킵니다. 무슨 일이든 단독적으로 결정하여 행하지 말고, 주위의 의견이나, 특히 배우자의 도움을 청하십시오.
애정(愛情). 결혼(結婚)
이성에 눈뜸이 쉽지 않으나, 한번 달아오르면, 애정 표현이 직접적이고 과감하며, 순박한 사랑을 열렬하고 끈질기게 지속하는, 정열과 애정을 지녔습니다. 결혼은 늦을수록 좋고, 부부생활은 개성이 강해, 대부분 원만치 못하며, 배우자는 순수하고 솔직한 이성이 어울립니다.
건강(健康)
어려서 질병 치레가 많고, 성장하여 소화기 계통의 질환에 시달릴 우려가 많으나, 크게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노년에는 심장이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니, 규칙적인 식생활로 건강을 유지하십시오. 평소 하체운동으로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여행을 자주 하는 것도 건강에 큰 도움이 돕니다.
수상 특징 (手相 特徵)
운명선이 특히 잘 발달되어, 사물의 판단이 기민한, 선견지명적인 안목이 남보다 뛰어나, 경제사회의 변화, 과학의 발전상황, 구매심리, 유행 등 상업적인 판단능력이 월등합니다. 장사로 출발하여, 타고난 상업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큰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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