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화제작으로 떠오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의 열기가 뜨겁다. 삼십 대 중반 남자가 선뜻 클릭하기 힘든 제목과 포스터이지만 글로벌 1위를 질주하고 있다고 하니 궁금증이 앞섰다. 당연히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웬걸 작품을 보고나선 생각이 바뀌었다.
웹툰이나 웹소설 판에서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생활이나 무대 이면의 이야기를 주목한 팬픽이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대단히 마니아틱하고 협소한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정도였다. 아이돌의 삶 자체를 주목하려는 미디어의 시도가 없진 않았지만 그런 건 대부분 다큐멘터리 형식이나 콘서트 실황 중계, 영화적으로 각색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뮤지컬 영화나 음악 영화 형식을 차용했다.
그런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이돌의 삶을 다루면서 판타지 영역을 섞어놓았다. 장르적 융합에 더해 이 영화는 영어 대사로 진행됨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특유의 '찐한국' 묘사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며 문화적 융합까지 이룬다.
헌트릭스 멤버들의 유래와 그들이 노래를 주술 삼아 펼치는 결계 '혼문'
지난 <퇴마록>(2025) 리뷰에서 언급한 한국 영화가 갖고 있는 아쉬운 점인 '전통의 현대적 계승' 측면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다(심지어 미국 작품임에도).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이 무당과 같은 존재로 음률로 마귀를 몰아낸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이는 묘하게 우리 민족의 가창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실제 무당의 굿은 춤과 노래를 바탕으로 하며 흉사를 다루기도 했지만 마을의 경사나 발복을 기원하는 때에도 의식을 행했다. '현대식 무당'이 아이돌로 데뷔한다는 설정 자체가 재밌지 않은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노랫소리에 영험한 힘을 담아 '혼문'이라는 귀마 퇴치용 결계를 만들어나간다는 것도 장르적 개연성을 무던히 충족한다.
3인조 아이돌 '헌트릭스'와 대적하는 '사자 보이즈'의 설정도 흥미로운데, 귀마에게 영혼을 안내하는 저승사자가 아이돌로 데뷔해 효과적으로 영혼을 탈취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언듯 들으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 소리가 절로 나오고 극 중에서도 도깨비와 귀마가 함께 비웃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봐도 프로파간다로 대중을 홀리는 것만큼 무서운 수단이 없지 않았나.
어쨌든 그 결과로 탄생하는 부수적인 이미지들, 예컨대 결말부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의 칼군무는 억지로 한국적인 요소를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 요소로서 자연스럽고, 리더 진우가 사역마로 부리는 해태와 까치 역시 극의 코믹요소를 증폭시키는 좋은 신화 재해석이 된다.
또한 주인공과 적대자들의 대결방식이 판타지 스타일의 마법 혹은 창검 대결을 넘어 대중의 인기 경쟁으로 확장된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주술이나 마법을 쓰는 판타지 장르에서 갑자기 아이돌 인기 대결을 논하면 엉망진창인 서사가 될 수 있으나, 애초에 헌트릭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랫소리로 주술적 영향을 주는 술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역시 서사 장치의 한 부분이 된다. 독특한 세계관 설정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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