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구해줄 영화 속 명장면 4

"우리는 행복해도 된다"

by 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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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와 잡담을 나누는 레옹


의뢰인을 100% 만족시키는 프로 킬러 레옹의 옆집에 어느날 끔찍한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멍든 얼굴로 종종 계단에서 마주쳤던 소녀는 울면서 레옹의 문을 두드리고, 이내 소녀를 받아준 레옹은 불편하고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은밀함이 생명인 킬러에게 오갈데 없는 여자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하건만, 어쩐지 레옹은 마틸다를 방치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다. 앳된 얼굴에 조숙함을 물씬 풍기며 어른스러운 마틸다와 산전수전 다겪은 얼굴에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레옹의 여정 속에서 마틸다는 문득 레옹에게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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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 “아저씬 그 풀을 좋아하죠?”

레옹 : “내 베스트 프렌드야. 항상 행복하고, 질문도 하지 않아.”


레옹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고 하는 이 식물은 “아글라오네마”라고 하는 종이다. 레옹이 워낙 각별히 대하는 통에 마틸다도 이 식물을 함께 돌보게 되는데, 집은 계속 옮겨다니면서 늘 화분을 챙기는 레옹의 행동이 궁금해진 마틸다가 질문을 건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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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 “그리고 마치 나 같아. (식물 뿌리를 가리키며) 보여?”


영화에 등장하는 아글라오네마는 열대 기후가 태생으로 자웅동주인데다(자가번식) 내음성이 뛰어나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내한성이 약한데, 내음성이 강함은 그늘에서도 잘 자란단 뜻이고 내한성이 약하다는 건 추위를 잘 못 이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뭐랄까, 혼자서도 잘 견디며 그늘과 어떤 역경에도 잘 버티지만 추위는 버티지 못한다는 건 어딘가 낯익다. 즉, 이 식물은 레옹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식물이면서 레옹이 ‘감기에 걸릴까 봐’ 늘 비니를 쓰는 이유를 드러낸다.


레옹은 강인한 사람이지만 마음 한 편에 몰아치는 추위에는 무너진다. 그 추위는 후에 드러나지만 레옹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죄책감이자 삶의 회한이다. 굳이 동물이 아닌 식물에 애착을 보이는 것도, 그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목적도 없이 오직 살아가기 위해 자라는 식물처럼. 물론 질문도 하지 않는다. 의문을 가지는 순간 존재의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테니까.


그리고 다음 대사에서 레옹이 던지는 말 한 마디는, 레옹의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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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 “(나처럼) 뿌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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